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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이재명 저격수 나섰다…'중앙대 고시반' 형제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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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한 모습.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중앙대 법대 80학번, 82학번 동문 사이다. 뉴시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한 모습.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중앙대 법대 80학번, 82학번 동문 사이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의 당권을 접수하면서 정치권은 그야말로 ‘법대 출신 법조인’ 전성시대가 열렸다. 특히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은 서울대 법대, 국회가 있는 여의도는 중앙대 법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과 이재명 대표가 각각 중앙대 법대 80학번, 82학번 출신의 법조인이어서 여야 사령탑이 모두 중대 법대 졸업생으로 채워진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의 사적 인연은 꽤나 유명한 얘기다. 두 사람은 중앙대 고시반에서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친분을 쌓았다. 과거 권 원내대표의 부인은 이 대표가 부인 김혜경 여사와 만나기 전에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권 원내대표를 예방한 이 대표는 “형수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처럼 사석에선 형님·동생 사이인 두 사람은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당을 성사시키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등극했고, 대선 승리 뒤에는 원내대표까지 맡으면서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한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얼마 전 이재명 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광주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광주는 자신의 ‘사회적 어머니’라고 하면서 강하고 유능한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고 적으며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은 광주지자체 단체장과 시·구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기업의 자유로운 진출을 허락할 것이냐, 아니면 또 다시 시민단체와 협잡해 광주시민의 염원을 짓밟을 것이냐”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쇼핑몰 문제를 이슈화 시킨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때문에 호남 선거 전략 측면에서 차질을 겪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원 안)”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게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원 안)”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게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일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보좌관이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을 전하며 “전쟁입니다”라는 표현을 쓴 걸 두고 “맞다. 이것은 ‘범죄와의 전쟁’이고,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사실상 범죄자에 빗댄 셈이다.

여권에선 권 원내대표가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걸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윤핵관 그룹과 이준석 전 대표가 연일 충돌했고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지난달 26일 법원이 비대위 전환에 급제동을 건 뒤에는 ‘권성동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됐고, 두 차례 의원총회 끝에 ‘선(先) 수습-후(後) 사퇴’라는 ‘시한부 재신임’을 받은 권 원내대표가 어떻게든 당밖의 ‘공공의 적’으로 시선을 유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사적 친분이 이미 ‘옛날 일’이란 말도 나온다. 지난해 대선 때 권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이 대표와의 친분에 대해 “옛날엔 친했지만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초 새해 인사를 주고받을 때도 이 대표에게 “정치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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