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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태풍 오는데, 北 예고없이 황강댐 열었다…임진강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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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역대급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데, 또다시 북한 황강댐에서 예고 없이 연 이틀간 물을 내려보냈으니 걱정이 태산이에요.”
4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에서 만난 주민 이병수(65)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가뜩이나 경험해본 적 없는 규모의 초대형 태풍 상륙을 앞두고 임진강 물이 넘치지 않을지 강변 지역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태풍이 몰고 올 집중호우 속에 황강댐에서 무단 방류를 지속할 경우 연천 임진강 일대에는 심각한 물난리가 예상돼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며칠간은 임진강 물만 바라보며 대피를 준비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태풍 상륙 앞두고도 무단 방류 지속하니 걱정 태산”  

접경지역인 연천군 지역 주민들이 역대급 태풍으로 분류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 황강댐의 추가 방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수문 개방 정보 사전 통보 요청도 못들은 채 하며 올해 들어 예고 없는 방류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 측이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와중에 지난 3일에 이어 4일 또다시 예고 없이 황강댐 방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9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한강홍수통제소와 연천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연천 임진강 상류 지역 수위가 갑자기 급격히 높아졌다. 임진강 최북단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전 2시 50분 ‘하천 행락객 대피 수위’인 1m를 급작스럽게 넘어섰다. 이날 오전 0시 50분까지만 해도 평상시 수위인 54㎝가량을 유지하다 갑자기 치솟기 시작, 10분마다 10여 ㎝씩 상승하기 시작해 오전 2시 50분 1m를 넘어섰다.

4일 오전에도 예고 없는 방류로 임진강 수위 급상승  

임진강 필승교 수위가 1m를 넘어서자 연천군과 군남댐 측은 임진강 일대에서 “임진강 상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유속이 빨라지고 있으니 하천변에 계신 분들은 즉시 강 바깥으로 대피해 달라”는 안내 방송을 연속해 내보내고 대피 안내 사이렌을 울렸다. 인근 주민과 어민 등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주의를 당부했다. 이후에는 임진강 수위는 계속 높아져 오전 5시 30분 2.23m까지 상승한 후 조금씩 오르내리며 오후 1시 현재 1.87m를 기록 중이다.

임진강 유역은 필승교 수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관리된다. 수위가 1m를 넘어서면 하천 행락객 대피, 2m는 비홍수기 인명 대피, 7.5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관심 단계, 12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주의 단계가 각각 발령된다.

이와 관련, 연천군 관계자는 “북한이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해 황강댐의 수위를 미리 조절해두기 위해 방류한 것 추정된다”며 “이번에도 북측으로 아무런 방류 예고를 사전에 통지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남북 합의 지켜 황강댐 개방 정보 사전에 통보해야”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역대급 태풍의 상륙을 앞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북한 측의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가 이어지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북측은 남북이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남북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황강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합의는 2010년까지 지켜지다가 2011년 이후 거의 무시되고 있다.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하천인 임진강은 북한에 강 상류가 있다. 유역의 3분의 2가 북한에 속해 있어서 남북 간 댐 운용 정보 교환이 매우 중요한 하천이다.

천리안 위성으로 본 태풍 힌남도

천리안 위성으로 본 태풍 힌남도

북한은 임진강 상류에 총 저수량 3억 5000만t 규모의 대형댐인 황강댐을 10여 년 전 조성했다. 황강댐과 우리 측 대응 댐인 연천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 총저수량 7100만t) 간 거리는 57㎞로 가깝다. 군사분계선 북쪽 42.3㎞ 거리에 있는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4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만조 시간이 겹쳐 하류 물이 빠지지 않으면 연천·파주 지역 피해가 커진다. 황강댐은 군남댐보다 5배 규모가 크다. 군남댐이 황강댐의 방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일부는 지난 6월 28일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 홍수 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북측에 댐 방류 시 사전 통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6월 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통보 없이 황강댐 방류를 시작한 데 이어 올여름에도 예고 없이 수시로 황강댐의 수문을 개방했다. 정부는 북한이 6월 말부터 북한 지역 강우 상황에 따라서 황강댐에 대한 방류와 중단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힌남노’ 북상에 경기도, 비상 예비단계 유지    

경기도는 4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세기로 북상함에 따라 비상 예비단계를 유지하며 피해에 대비한 안전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와 시·군 지자체,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도내 예상 강수량은 북부지역은 최대 70㎜, 남부지역은 40㎜다. 힌남노의 영향권에 드는 6일까지 사흘간은 지역별로 최대 100~3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 풍속은 초속 15m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각 시·군은 급경사지와 산사태 우려 지역, 축대·옹벽,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해안가, 방파제, 하천 등 위험지역에 대한 낚시객, 관광객, 주민 등의 사전 출입 통제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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