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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빼놓으면 섭섭하다, 아트페어 속 명품들…키아프·프리즈 서울 가보니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런 적이 또 있었을까. 지금 서울이 '예술'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월 1일부터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022 미술주간'으로 전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행사는 어제(2일) 공식 개관한 아트 페어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다. 대형 아트페어 2개가 동시에 한 장소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 게다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가 그중 하나라 수많은 사람이 첫날부터 몰렸다. 아트페어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입구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소식에 입장에만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사진 뉴스1

지난 2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입구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소식에 입장에만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사진 뉴스1

2일 오후 코엑스 내부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VIP티켓을 소지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날인데도, 이미 키아프와 프리즈가 열리는 전시관 입구마다 입장에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1층 A·B관에서, 프리즈는 3층 C·D관에서 열린다.
그런데 이번 아트페어, 다른 여느 전시 때와는 코엑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시관을 입장하기도 전부터 미디어월을 통해 보이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화려한 광고 이미지들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명품과 아트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도 없다 보니, 이번 아트페어에 대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관심과 애정을 이 광경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코엑스 공간을 장식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광고들. 윤경희 기자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코엑스 공간을 장식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광고들. 윤경희 기자

키아프(Kiaf)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페어로 정식 명칭은 한국국제아트페어다. 2002년 시작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와 해외에 소개해왔다. 프리즈(Frieze)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런던에서 출발해 뉴욕·LA에서 주로 개최되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시아에, 그것도 서울에 왔다. 특히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리만 머핀 같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쟁쟁한 갤러리들이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루이스 부르주아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들고 들어와 화제가 됐다.

프리즈에 전시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몰를 쓴 여자'와 몬드리안의 '구성 No. I I' 작품을 보는 사람들. 윤경희 기자

프리즈에 전시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몰를 쓴 여자'와 몬드리안의 '구성 No. I I' 작품을 보는 사람들. 윤경희 기자

실제로 전시장엔 피카소와 몬드리안, 파스키아와 앤디워홀 등 한 점만 따로 보기 힘든 작가의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현대갤러리·국제갤러리 등 한국의 유명 갤러리들도 모두 총출동했다. 국내외 대작은 물론이고 '세기의 대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 한데 다 모였으니, 이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 게 당연했다. 전 세계의 수퍼컬렉터와 유명 미술관 관계자들 또한 이를 거래하기 위해 한국에 찾았다.

또 하나의 볼거리, 아트페어와 함께 한 명품들
이번 아트페어엔 내로라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함께 참여해 빼놓으면 아쉬울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부분 프리즈의 공식 후원사 자격인데, 작가와 협업 작품을 만들어 팝업 부스에서 전시하거나 한국 작가를 후원하는 형태로 동참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레게'는 프리즈 전시관 내에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협업 작품과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시계와 현재의 시계들을 함께 보여준다. 이번 행사를 위해 브레게의 글로벌 CEO 리오넬 아 마르카와 스위스의 기요셰 장인이 함께 방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브레게의 협업 작가는 파블로 브론스타인(Pablo Bronstein)이다. 브레게 부스의 벽 전체를 장식한 것이 바로 브론스타인의 작품. 프리즈 뉴욕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파노라마 설치 시리즈 중 하나다. 이번에 보여준 작품은 산업 혁명 기간 있었던 시계 제작 기술에서 영감을 얻었다. 부스에 가면 기요셰 장인의 시연을 직접 볼 수 있다.

프리즈 내에 있는 브레게의 부스. 벽을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 파블로 브론스타인의 작품이다. 이와 함께 기요셰 장인의 시연과 매장에서 보기 힘든 시계들도 함께 보여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윤경희 기자

프리즈 내에 있는 브레게의 부스. 벽을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 파블로 브론스타인의 작품이다. 이와 함께 기요셰 장인의 시연과 매장에서 보기 힘든 시계들도 함께 보여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윤경희 기자

아트페어 내에서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프랑스 샴페인 '루이나'가 만들었다. 루이나는 예술계와 오랜 관계를 맺어왔는데, "갤러리에서 마시는 샴페인은 루이나"라 말할 정도다. 무료로 주는 것은 아니고 1잔씩 판매하는데, 샴페인의 맛도 맛이지만 이를 마시며 미술작품을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이번 페어에서 루이나는 김종학 화백과 협업한 샴페인 패키지 15점을 선보였다. 루이나 부스 한쪽 벽에 전시된 샴페인들이 바로 그것인데, 아쉽게도 이미 15점이 모두 팔렸다. 김 화백은 '사계의 예술가'라 불릴 만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하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 김 화백과 함께한 이유는 환경에 대한 같은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연결점에서다. 최근 김 화백은 지금 지구의 생태가 위험하다는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끼게 되면서, 그 우려를 반영한 연작 '풍경'을 새로 시작했다. 이번 협업은 이 중 한 점을 적용한 것으로, 루이나 역시 종전 패키지보다 탄소발자국 발생량을 60%나 절감하는 종이 케이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어낸다는 행보와 뜻을 같이한다.

김종학 화백이 직접 그려넣은 루이나 작품들. 그의 연작 '풍경'의 일부들이다. 윤경희 기자

김종학 화백이 직접 그려넣은 루이나 작품들. 그의 연작 '풍경'의 일부들이다. 윤경희 기자

조말론은 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부스로, 샤넬 코리아는 세대가 다른 예술가들이 나눈 대화를 담은 영상 ‘나우&넥스트(NOW&NEXT)’ 시리즈, 생로랑 코리아는 '숯의 작가'로 불리는 이배 작가와 협업 작품으로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샤넬은 지난 1일 자신의 플래그십 매장에서 프리즈와 함께 아트 토크 행사를 열고 나우&넥스트 영상 시리즈를 공개했다. 시리즈는 한국 기성 작가 박진아·박경근·정희승과 떠오르는 신진 작가 유예림·이유성·김경태가 짝을 이뤄 대화하면서 서로의 현재의 성취와 미래의 비전을 그렸다. 생로랑은 이배 작가의 작품을 프리즈 내에 전시했다.

샤넬코리아의 나우&넥스트(왼쪽)와 생로랑이 후원한 이배 작가의 작품. 사진 각 업체

샤넬코리아의 나우&넥스트(왼쪽)와 생로랑이 후원한 이배 작가의 작품. 사진 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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