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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케팅, 전통주 오픈런…Z세대의 새로운 마케팅 코드 '이것'

중앙일보

입력

Editor's Note

‘궁케팅’이란 단어 들어보셨나요? ‘고궁 체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온라인 예매 경쟁’을 가리키는 합성어(궁+티케팅)입니다. ‘덕수궁 석조전 테라스에서 가배(커피)와 디저트 음미하기’ 같은 행사가 대표적이죠.

이처럼 요즘 Z세대에게 전통은 낡고 고리타분한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힙하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죠. 전통주를 사기 위해 오픈런(오픈+런, 매장 문이 열리자 마자 달려가 물건을 사는 것)이 벌어지고,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반가사유상 굿즈가 연이어 완판됩니다. 전통문화를 담은 영상이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200만 뷰를 찍기도 합니다.

Z세대는 왜 ‘전통’에 열광하게 된 걸까요? 20대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Z세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김치·비빔밥' 밀어낸 '치킨·K마카롱'  

만 15~61세 남녀 1200명에게 '애국심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묻자, Z세대만 '한국의 전통문화가 해외의 인정을 받을 때'를 공동 3위로 꼽았다. [사진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만 15~61세 남녀 1200명에게 '애국심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묻자, Z세대만 '한국의 전통문화가 해외의 인정을 받을 때'를 공동 3위로 꼽았다. [사진 대학내일20대연구소]

Z세대는 한국문화를 인식하는 범위와 개념이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위기를 극복하며 '한민족'임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가치였죠. 우리 문화를 알릴 때도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복' '김치' '비빔밥' 위주로 홍보했죠.

하지만 Z세대는 국경을 넘어 문화를 향유하고 교류하는 환경이 익숙합니다. 그래서 김치, 비빔밥뿐 아니라 'K-마카롱'처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프랑스 디저트도 한국문화의 범주에 속한다고 여기죠. 오리지날리티의 재해석을 통해 한국문화를 얼마나 더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가치를 두고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겁니다.

해외에서 즐기는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 유튜브 쇼츠에는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직접 배추김치를 담가 먹는 외국인이 등장했습니다. 콩나물과 김치를 넣은 된장찌개, 배추를 잘라 담그는 김치 등 하나씩 어설픈 부분이 보였죠. 과거라면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며 비난의 눈길을 보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한식을 재현하려 노력하는 외국인이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댓글이 가득했죠.

이처럼 Z세대가 생각하는 한국문화의 정수는 'Develop', 즉 재해석에 있습니다. 한국에 뿌리를 두지 않거나 전통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않더라도 한국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는 요소가 가미되었다면 이 역시 '한국문화'로 여기는 겁니다.

전통문화에서 '힙함'을 느끼다

얼마 전 한국 전통 장신구인 '댕기'가 힙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이 미국배우조합(SAG·Screen Actor Guild Awards) 시상식에서 착용했기 때문인데요. Z세대는 현대적인 루이비통 드레스에 한국의 전통적인 소품을 매치했다는 데서 '힙함'을 느꼈습니다. 댕기는 전통 한복에 착용해야 한다는 오리지널리티는 생각하지 않았죠.

이처럼 Z세대는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전통문화 콘텐트를 '힙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한 궁궐 체험이 인기인 이유도 경복궁 생과방과 덕수궁 석조전 카페에서 전통 인테리어와 찻잔 같은 소품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또 Z세대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트렌디한 장소도 갖췄습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함께 자개 무늬를 활용한 자개소반 무선충전기나, 전통 문양을 활용한 우양산 등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인의 실생활에 적용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트위터·커뮤니티에서는 너슬 부채, 지우산, 노리개 등 한국 전통 소품과 장신구를 공유하며 홍보하는 글이 자주 올라오죠.

한국 전통제품 큐레이션 숍 '코힙(KOHIP)' [사진 코힙 웹사이트]

한국 전통제품 큐레이션 숍 '코힙(KOHIP)' [사진 코힙 웹사이트]

이제는 한국 전통 제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큐레이션 해주는 온라인 셀렉트 숍 '코힙(KOHIP)'도 등장했습니다. 주방용품부터 패션 잡화까지 다양한 제품을 소개해 Z세대에게 '힙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죠. K팝에서도 한국 전통문화는 빼놓을 수 없는 '힙한' 콘셉트입니다. 아이돌 그룹 '비비지(VIVIZ)'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그래미 글로벌 스핀'에서 착용한 의상이 눈길을 끌었죠. 생활 한복 브랜드 '리슬'과 협업한 퓨전 한복을 입고 'BOP BOP!'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Z세대의 관심사에 맞춰 비교적 이목을 끌기 어려운 분야에서도 전통문화를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공개한 인천공항 입국장 홍보 영상이 그 사례인데요. Z세대는 전통 미디어 작품을 배경으로 한 댄스 크루 홀리뱅의 현대적인 춤사위와 의상에 열광했습니다. 특히 전통 문양을 넣은 청바지와 브라톱, 고름을 풀어 재킷처럼 연출한 저고리가 화제가 되며 조회수 200만 회를 기록했죠.

댕기 책갈피, 한복 입고 졸업사진… 활동가 된 Z세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전통' 콘셉트로 펀딩 진행 중인 제품들. [사진 텀블벅 웹사이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전통' 콘셉트로 펀딩 진행 중인 제품들. [사진 텀블벅 웹사이트]

자개 무늬 스마트톡·댕기 책갈피·무궁화 꽃잎 향 섬유 향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생활 소품부터 궁중 금박 무늬를 활용한 생활 한복 티셔츠, 참신한 전통 문양의 패턴 리소스, 한국의 복식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도록까지. 와디즈·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한국문화를 주제로 한 제품들이 자주 올라옵니다. 앞서 나열된 제품들은 적게는 200%, 많게는 3000% 이상의 펀딩률을 달성했죠.

이처럼 Z세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플랫폼에서 한국 문화를 모티브로 한 제품들이 목표 금액을 채우고도 남았다는 건, 그만큼 Z세대의 일상에 한국 문화가 깊게 스며들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Z세대는 단순히 펀딩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출시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어도 펀딩률을 달성시키기 위해 트위터와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홍보합니다.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져 인기를 끌었으면 하는 마음에 혼자만 알고 즐기기보다 능동적인 활동가를 자처하는 거죠. Z세대는 재해석된 한국문화 콘텐트를 시청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재해석해내는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동북공정 등의 이슈를 겪으며 한국문화를 직접 지켜내야 할 고유 자산으로도 생각하죠. 이런 생각 때문에 일상에서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졸업사진'이 그 예죠. 요즘 10대 Z세대는 각종 콘셉트 복장을 하고 재미있는 졸업사진을 찍는데요. 최근에는 한복 콘셉트가 유행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족두리까지 갖춘 정통 한복을 입기도 하고, 현대적으로 리폼한 생활 한복을 대여하기도 했죠.

이들은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복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 일부러 선택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일상에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적용해 우리의 문화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면 Z세대에게 전통문화 콘셉트로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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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주목한 MZ트렌드 시리즈 [사진 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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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20대연구소는MZ세대 집중 분석 연구기관입니다. 매년 MZ세대 소비자를 분석해서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을 펴내고 있죠. 올해 10월 출간될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3』에서는 변화된 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짚을 예정입니다. 그중 일부 내용을 사전 공개했습니다.

지금 폴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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