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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탈출→볕드는 2층…월 23만원에 가능한 'DA같이사는집'

중앙일보

입력

“볕 잘드는 집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DA같이사는집-구로’(다같이사는집) 201호 세입자 전승우(30)씨는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4만원짜리 반지하방을 떠나 이곳으로 왔다. 채광이 좋은 2층이지만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는 22만7000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사회의 문을 두드렸던 전씨는 “독립한 이후 9번 이사를 했는데 반지하, 옥탑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2주만 늦게 들어왔으면 지난 폭우의 피해자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전씨와 같은 대학 비진학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 ‘다같이사는집’이 입주를 마치고 2일 오픈 하우스 행사를 열었다. 178.2㎡의 부지에 있는 2층 주택을 개조한 이 공간에는 7명의 2030 청년들이 함께 살고 있다.

대학 비진학 청년들의 안정적 주거를 위한 셰어하우스 'DA같이사는집-구로'는 다다다협종조합과 한국사회주택협회가 협업해 만들었다. 김남영 기자

대학 비진학 청년들의 안정적 주거를 위한 셰어하우스 'DA같이사는집-구로'는 다다다협종조합과 한국사회주택협회가 협업해 만들었다. 김남영 기자

“대학 비진학 청년도 안전한 집에 살도록”

‘다같이사는집’은 다다다협동조합과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협회가 손잡고 벌인 첫 사업이다. 다다다협동조합은 2011년 대학입시 거부운동으로 출발한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이 주도해 2020년 출범했다. ‘안정적 주거를 기반으로 대학 비진학자들의 주거 빈곤 및 사회적 고립 해소’를 목표로 50여명의 조합원이 낸 출자금 5000만원에 조합원 일부에게 빌린 차입급 1억원, 총 1억5000만원을 들고 주택사업에 나섰다. 주택 임대 보증금 4000만원과 일부 리모델링 비용을 지출해 집을 꾸몄다.

조만성 다다다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공임대주택, 공공기숙사와 같은 대학생 맞춤형 주거정책, 정규직 사회초년생을 위한 전세보증금 지원정책이 있긴 하다”며 “현실적으로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소득 비진학 청년들은 이런 정책 지원을 지원받기 어려워, 고시원이나 반지하 같은 열악한 주거공간에 내몰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은 위한 주거 대책은 나오고 있지만 비진학 청년 맞춤형 정책은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2021년 교육부 교육통계 기준 대학 비진학 비율은 26.3%다.

비진학 청년들에게 입주 신청을 받아 총 11명이 지원했고 면접을 통해 경제적 취약성‧긴급성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7명을 입주하게 됐다. 월세 22만7000원은 서울시내 가장 저렴한 고시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증금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엔 한국사회주택협회이 지원한 600만원으로 부족분을 융자해준다. ‘다같이사는집’의 가장 작은 방은 크기가 고시원과 비슷하지만 그 경우엔 방을 2개씩 배정해 수납 등에 무리가 없다. 첫 입주자 7명 중 4명은 서울시의 긴급복지 및 청년월세지원도 받고 있다.

100% 민간에서 만들었지만 한계…“정부 지원해야”

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DA같이사는집-구로'의 개소식에서 한국사회주택협회와 다다다협동조합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만성 다다다협동조합 이사장(왼쪽)과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사진 다다다협동조합

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DA같이사는집-구로'의 개소식에서 한국사회주택협회와 다다다협동조합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만성 다다다협동조합 이사장(왼쪽)과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사진 다다다협동조합

다다다협동조합은 입주자들을 상대로 한국사회주택협회와 연계해 주거‧금융 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은 빠른 시일 내에 마포구 연남동, 은평구 녹번동에도 ‘다같이사는집’ 2‧3호를 마련할 계획이다. 개인주택을 임대해 진행한 1호는 세입자들의 거주기간도 최장 2년까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2·3호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빈집활용 토지임대부사회주택 사업자로 선정돼 운영하는 것이라 장기 임대가 가능하다고 한다. 다다다협동조합 관계자는 “1호 세입자들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독립을 지원하거나 추후 생길 2‧3호로 이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재값이나 인건비 인상으로 예상보다 리모델링 비용 등이 과다하게 지출되는 상황은 조합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조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정부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비진학 청년 등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이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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