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탄조끼 입고 정치보복 운운”…국힘, 정치 탄압 공세에 맞불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04호 03면

이재명 소환 통보에 정국 급랭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이에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 대해 여당과 대통령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반면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제1야당의 반발에 맞서 용산과 여의도가 역할 분담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보좌진에게 받은 “전쟁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한 것부터 따지고 나섰다. “범죄 혐의에 따른 검찰 소환 조사 통보를 ‘정치 탄압’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도적인 프레임 만들기”라면서다. 양금희 대변인은 “이 대표가 오전에 보좌진에게 받은 메시지를 3~4시간 지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실수’로 열어본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는 자기가 전쟁이란 말을 쓸 수 없으니 참모진의 문자로 대신한 것으로 방탄 대표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선후보이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보복과 탄압”이라며 ‘정치 보복’을 강조한 데 대해 ‘방탄’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심산이다.

관련기사

당 중진 의원들은 ‘전쟁 프레임’으로 맞받아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쟁이라고 했는데 맞다. 이것은 ‘범죄와의 전쟁’이고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라고 했고,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권력형 범죄와의 전쟁이고 방탄과의 전쟁이며 불의와의 전쟁”이라며 “방탄조끼를 겹겹이 껴입으셨는데 이제 와서 정치 보복이라고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은 “범죄와의 전쟁에 전쟁을 선포하는 자가 바로 범죄인”이라며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도 “이 대표가 개딸들에게 검찰청에서 시위하라고 좌표를 찍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당의 적극적인 공세와 달리 대통령실은 극도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전날 이 대표의 문자와 관련해 “노코멘트”라는 입장이 나온 일부 보도에 대해서조차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코멘트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 정말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민생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정치 보복’ 프레임에 말려들까 우려하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는데 기사를 꼼꼼하게 읽을 시간도 없다”고 밝힌 것도 여의도 정쟁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민생 행보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대표의 문자 공개를 두고 “지난 대선 때처럼 윤 대통령과 자신을 양자 구도로 보이게 하려는 프레임”이라며 불쾌해하는 기류가 강하게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검찰 수사에 일절 개입이나 관여를 하지 않고 있는데 무슨 전쟁이냐”며 “전쟁이란 단어를 통해 사법기관을 적으로 보는 이 대표의 국가관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아직 수사의 본류라 불리는 백현동과 대장동 비리 의혹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여론조사업체인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이 대표는 단순히 야당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과 겨뤘던 대선주자의 성격이 더 짙다”며 “이번 문자 공개로 지지층을 결집할 수는 있겠지만 여당과 사법기관에 대한 적대감이 담긴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여야 간 협치는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그런 가운데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거의 변함이 없는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7%로 지난주와 같았다.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63%였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이 대표가 27%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9%,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4% 순이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장관이 22%로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