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인정하는 공감, 엠퍼시가 필요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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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호 20면

작가 브래디 미카코.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그는 팝 음악에 심취해 고교 졸업 후 영국에 건너갔다. 그의 에세이집은 ‘엠퍼시’를 부각하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진 신초샤]

작가 브래디 미카코.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그는 팝 음악에 심취해 고교 졸업 후 영국에 건너갔다. 그의 에세이집은 ‘엠퍼시’를 부각하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진 신초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2022)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2022)
노수경 옮김
사계절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2022)
정수윤 옮김
은행나무

여자들의 테러(2021)
노수경 옮김
사계절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020)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아이들의 계급투쟁(2019)
노수경 옮김
사계절

브래디 미카코 저서. 왼쪽부터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2022)』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2022)』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2022)』 『여자들의 테러(2021)』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020)』 『아이들의 계급투쟁(2019)』.

브래디 미카코 저서. 왼쪽부터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2022)』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2022)』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2022)』 『여자들의 테러(2021)』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020)』 『아이들의 계급투쟁(2019)』.

한국에서 브래디 미카코의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올해만 세 권. 가장 최근 나온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는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의 후속편으로 일본에서는 이 두 권 합해 100만부 넘게 팔렸다.

1965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영국에 사는 일본인. 팝 음악에 심취해 고등학교 졸업 후 영국에 건너갔다가 아일랜드 남성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인종과 종교가 다양한 영국에서 엄마인 저자가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책 제목은 아들이 노트에 낙서한 말이다. 일본 엄마와 아일랜드 아빠 사이에 태어난 나의 기분은 조금 블루…저자는 이 말을 보고 당황했지만 아들한테 무슨 일인지 물어볼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아들은 “지금은 그린”이라고 스스로 수정했다. 그린(green)은 ‘미숙하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도 있다며, 자신이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엠퍼시(empathy)’. 일본에서는 ‘공감’이라는 단어로 번역될 때가 많지만, 저자는 ‘エンパシ?’라고 가타가나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이 말이 책에 등장한 건 아들의 기말시험 때. “엠퍼시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아들은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많이 쓰는 영어 표현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단 뜻이다.

저자는 엠퍼시와 심퍼시(sympathy)의 차이를 지적한다. 심퍼시는 동정하거나 공감하거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이며, 엠퍼시는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 등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불쌍한 사람을 보고 동정하는 건 심퍼시, 자신과 다른 이념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상상해보는 건 엠퍼시다. 다르다는 전제로 다가가는 엠퍼시는 그야말로 지금 같은 분열 시대에 공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재일코리안들이 많이 사는 교토 우토로 마을의 방화 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 불을 지른 범인은 법정에서 “한국사람에 대한 적대심이 있었다”고 했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되고 차별적 언동을 막으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특히 인터넷상에서의 차별적 발언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책에 나오는 영국의 이민에 대한 적대심도 ‘다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증오가 뿌리에 있는 것 같다. 엠퍼시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저자의 아들이 다양성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비교적 저소득층이 많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저자의 남편도 덤프트럭 운전사로 노동자 계급이지만, 아들은 초등학교는 평화로운 가톨릭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변화가 컸다. 집단 따돌림이나 싸움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중학교에서 아들은 상대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며 엠퍼시의 실천자가 된다.

이 책은 일본에서 ‘논픽션 대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으로 독서감상문을 쓰는 청소년도 많다. 예전에 비해 청소년 주변도 다양해졌다. 국제결혼이 늘어나 부모가 외국인인 경우도 많고 책에 여러 번 등장하는 LGBTQ(성소수자) 학생도 적지 않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데 부모 세대보다 거부감이 없는 학생이 많을 것이다.

한국도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예를 들어 대히트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다양성에 대한 드라마였다. 주인공이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재판 관계자 중 레즈비언, 탈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계기로 엠퍼시라는 말이 일본에서 각광을 받자, 저자는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엠퍼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썼다.

이번에 나온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에서 아들은 더 자라 대학 입시를 의식할 나이가 되면서 빈부 격차가 진로에 주는 영향을 느끼기도 한다. 인상적인 건,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다. “더 이상 공무원과 회사원처럼 조직에 고용되는 것만 상정할 수 없는 시대”라는 말에 나는 세대 차이를 느꼈다. 예상하기 어려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지금 젊은 세대는 일찍부터 ‘자립’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에 브래디 미카코의 책은 6권 나왔는데 처음 출간된 책은 『아이들의 계급투쟁』. 저자는 보육사로 영국의 빈곤 지역 탁아소에서 일하면서 빈곤의 배경에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긴축 정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썼다. 개인적 경험에서 정책을 생각하는 태도는 저자의 일관된 특징이다.

『여자들의 테러』는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와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밀리 데이비슨,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위해 활약한 마거릿 스키니더 등 세 여성에 대한 전기 에세이다. 저자는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도 ‘엠퍼시의 달인’이라고 언급했다. 자립한 아나키스트였기에 자신의 신발을 벗고 타인의 신발을 신어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한다. 자립과 엠퍼시.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 꼭 필요한 두 가지 같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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