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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 국민병 정착 우려, K방역 출구전략 찾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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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호 28면

러브에이징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식적인 감염 인구 6억 명 이상, 사망자 600만명 이상이 발생했고 백신과 치료제도 출시됐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출몰한 바이러스는 그간 여러 변이를 거쳐 작년 말부터는 감염력 높고 치명률 낮은 오미크론이 지구촌을 평정했다. 팬데믹 상황이 역동적으로 변하자 2022년부터는 세계 각국의 방역정책이 다변화했다.

3년만에 다시 찾은 8월의 유럽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관해 시민의 자유와 심신 건강에 관한 사회적 균형점을 찾은 모습이다. 입국은 자유롭고 붐비는 공항 대기실에도 마스크 착용자는 드물다. 유럽 내에서도 방역정책은 국가별로 다른데 영국은 겨울이 한창일 때 방역 조치를 해제했지만 독일은 봄부터 대중교통과 병원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프랑스는 봄의 문턱에서 대중교통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겼고 5월 중순부터 대중교통도 포함시켰다. 파리의 버스나 지하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지만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에도 확진율 높아

30개월 만에 해외에서 경험한 ‘노 마스크(No mask)’ 생활은 자유와 해방감을 안겨줬다. 미술관과 박물관에는 어린이들이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인솔자 지도하에 현장교육을 받고 있다. 문득 한국 어린이들 뺨에 새겨진 선명한 마스크 자국, 유모차에 누워 마스크를 착용한 아기들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미국 역시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방역 대응은 유럽과 비슷하다. 노마스크 상태로 대외활동을 하다 지난 7월 오미크론에 감염된 80세 바이든 대통령이 영상을 통해 증상이 가벼워 집무실에서 혼자 업무를 본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다.

공포 불안 특징

공포 불안 특징

오미크론 변이를 계기로 구미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방역을 계절성 독감처럼 대응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접종 대상자 백신 권고, 감염자 항바이러스제 치료, 고위험군(고령자·기저질환자) 집중 관리 등이 핵심이다. 참고로 국내 오미크론 치명률은 0.04%(독감 치명률은 0.05~0.1%)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 세계 최상위권 국가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3년째 ‘지속해서’ 시행하고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4개월 전 해제했다. 그런데도 지난 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 세계 1위 국가가 됐고, 지난달에도 인구 대비 확진자 세계 1위 기록을 남겼다.

코로나19 정도의 감염률·치사율을 가진 호흡기 바이러스는 원천 봉쇄가 불가능하다. 지구촌 살이 수십억 년인 바이러스의 생존력을 인간이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제로(0) 코로나’ 정책을 펴며 국경 봉쇄, 도시 봉쇄 등의 극단적 방역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 상해, 하이난, 청두 등 끊임없이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다. 봄에 국내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도 팬데믹 초기부터 2년간 지속한 거리두기 방역의 역풍인 셈이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인구 대비 세계 1위인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한 검토와 해결책이 필요하다. 당장 지난 8월 30일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나타난 한국의 확진자 수는 11만 5519명이다. 반면 영국은 4067명, 프랑스는 2만7358명이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한국 71명, 영국 69명, 프랑스 72명으로 세 나라가 비슷하며 인구도 한국 5100만여명, 영국 6800만여명, 프랑스 6500만여명으로 비슷하다. 심지어 평균수명도 한국 83.5세, 프랑스 83.1세, 영국 81.8세다. 그런데 유독 확진자만 한국이 영국의 28배, 프랑스의 4배 이상 많다. 혹시라도 한국의 무증상 감염자 수가 많은 게 원인이라면 지금의 방역정책을 지속하다가는 한국은 내년 봄까지 인구 대비 확진자 수 세계 1위를 오르내릴 수 있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국민이 동의하는 새롭고 선진적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은 수많은 인구가 감염돼 자연 면역을 얻거나 완벽한 백신이 개발돼야 극복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완벽한 효과가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2년 전 여름부터 날씨가 따뜻할 때 방역을 완화해 건강인의 자연 면역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물론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팬데믹 초기부터 줄곧 연령 불문, 계절 무관하게 방역의 경각심을 높이라고 강조하면서 전 정부의 방역대책과 호흡을 맞췄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식의 방역이 지속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불안감으로 정착된 국민이 많다는 사실이다.

2년 이상 범국민적으로 조성된 코로나19 공포심에 사망자 하루 50명, 100명 하는 식의 정부 발표는 불안만 가중할 뿐이다. 한 명의 생명도 소중한데 매일 수 십명씩 사망하는 현실은 얼마나 두려운 소식인가. 따라서 사망자에 관한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오미크론 폭증, 거리두기 방역의 역풍

현재 국내 사망자는 매년 30만명, 매달 2만5000명 정도며 사망자 절반 가까이가 80세 이상이다. 또 폐렴은 2020년, 2019년 모두 사망 원인인 3위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폐렴 사망자를 발표할 때 기존의 고령층 폐렴과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표 참조〉 그래야 국민이 코로나19 공포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위험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존재며 공포심은 위험한 상황에서 탈출하게 하는 생존 본능이다. 그래서 공포심을 자극하는 ‘공포 마케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건강과 관련된 사안은 효과가 좋다. 분명한 사실은 공포와 불안은 기간이 길거나 정도가 심하면 심신이 병든다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19 공포증이 국민병으로 정착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황세희 연세암병원 암지식정보센터 진료교수.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다수의 칼럼을 연재했다. 2010년부터 12년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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