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경기 불황 지속, 내년 2~3분기 고통 정점 올 듯”

중앙선데이

입력 2022.09.03 00:01

업데이트 2022.10.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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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호 14면

코스피 300에서 3000까지 지켜본 김한진 이코노미스트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시장의 착각이었나. 지난 여름,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소식에 시장은 반짝 미소를 지었다. 금리 인상 리스크 축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2530선까지 올랐다. 그러나 미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정책을 재확인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 쇼크 이후 시장은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자산 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중앙SUNDAY는 국내 증시의 ‘300에서 3000시대’까지 굽이진 역사를 최일선에서 지켜본 ‘1세대 간판 이코노미스트’를 만나봤다.

거시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한진 3프로TV 이코노미스트(박사)다. 그는 애널리스트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1986년부터 36년간 주식시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왔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고, 코스피지수가 300까지 곤두박질쳤던 때 “주가가 곧 1000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을 꿋꿋이 냈고, 실제 주가는 반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발생 초기엔 우리나라에 미치는 위험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위기의 진원지가 ‘전 세계 금융의 핵심인 미국의 월가’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고 고백한다. 그는 투자업계에서 ‘영원한 현역’으로 통한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삼성투자신탁운용 리서치헤드,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이코노미스트로 다시 거시경제 분석 현장에 돌아왔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넘을 수도

코로나19 후폭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휘몰아치는 현 시점에서 그는 또 위기를 이야기한다. “세계 경기는 후퇴에서 침체로 치닫고 있다”며 “지금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섣불리 발을 담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경제 불황이 이어질 수 있으며, 그 고통은 예상보다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경기가 심리적으로 가장 두렵고 실제로도 제일 심각한 시기는 2023년 2~3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매파 파월 쇼크’.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은 예상보다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 경제에 ‘고통’을 초래할 방식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이러한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지만,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기대가 앞섰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소평가와 낙관적 경제 전망의 오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7월)과 2023년 경제 전망치를 미국 2.3%→1.0%, EU 2.6%→1.2%, 독일 1.2%→0.8% 등을 제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 침체기, 신중한 접근에서 오는 흔한 낙관적 오류라고 해석했다. 다만 “예고된 위험보다 빗나가는 예측이 시장엔 더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위험의 본질을 알아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피하기 어렵나.
“1950년 이후 12번의 경기 침체 중 10번이 3% 이상 물가상승 다음에 도래했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은 복합적이고 뿌리가 깊다.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팽창과 공급 및 수요 인플레이션이 맞물려있다. 쉽게 소멸되지 않을 듯하다. 천천히 떨어질 것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올 3월에 시작됐다.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이미 8.5%였다. 이러한 ‘지각 긴축’의 대가는 수요 파괴, 즉 성장률 둔화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미국보다 디플레이션(deflation, 물가의 지속적 하락)이 우려되는 유럽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신흥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란 점이다.”
세계 경제는 지금 어디에 있나.
“주요 국가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에 직면해있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등 구조조정으로, 유럽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을 거쳐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들어설 위험이 크다. 경기침체의 고통은 저개발국이나 외환 취약국이 가장 심각할 수 있다. 파키스탄, 스리랑카로부터 남아시아국가들의 연쇄 부도로 번지고, 헝가리·체코 등 에너지 취약국도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당장 심각한 위험은 무엇인가.
“당장 유럽발 에너지 쇼크로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유로화 환율이 달러에 비춰 4~5% 빠지면,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위로 치솟을 수 있다. 일시적이겠지만, 환율이 1400원이 넘으면 공포스럽지 않겠는가. 일본 엔화의 사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강달러 시대, 슈퍼 엔저로 대응하고 있는 엔화는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위험이 존재한다. 현재 엔달러환율이 138엔(8월31일 기준)인데, 150엔을 넘어간다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가며 원화 가치가 폭락할 수 있고, 코스피지수도 2000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강달러 영향은 언제까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고의 진원지는 미국인데, 신흥국이 더 큰 고통을 겪었다. 그래도 그때는 중국이 고도성장기였고, 미국에서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신흥국으로도 글로벌 자금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둡게 예측되는 상황이다. 이 불안한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이나 유럽으로 가겠는가. 강달러 현상은 쉽게 꺾이기 어려워보인다. 세계 경기가 바닥에 접근할 때까진 달러 자산은 일정 부분 들고 가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금 위기는 공급 측면의 극단적 인플레이션 시기라는 점에서는 1, 2차 오일쇼크와 유사하다. 현재 주가의 거품이 적어 비교는 적절하지 않지만, 유동성 잔치 후유증이란 측면에서는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렸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위기를 돌아보며 “모든 위기는 유동성 팽창 후 과도하게 부풀어올랐던 자산이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채권, 일부 주식 그리고 부동산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 무분별한 부채 증가는 대표적 경제 불균형 현상 중 하나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채 비율은 상환능력을 잃게 만들고, 그러한 불균형은 결국 신용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가운데 지난 20년간 부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다. 그 여파는 2002년 카드사태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어떤 국면에 있나.
“우리나라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위험이 크다. 내년 리세션(recession, 경기 후퇴 초기 국면에 나타나는 침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1.6% 수준으로 떨어지고, 2025년까지 경기하강이 예상된다. 특히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2014년 대비 40% 넘게 폭증했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으로 흘러갔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 하강은 경기에 큰 파열음을 일으킬 수 있다. 처음에는 쓸 돈이 없어져 소비가 위축되는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빚을 못 갚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가계 파산과 더불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매수)’을 주도한 20·30세대의 고통이 세대간 사회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개인들이 수익을 얻기 어려운 장으로 봤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가능한 현금 비중을 늘리고, 당분간은 주식 시장에 섣불리 발을 담그지 마라. 현재 주식시장의 거품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2200~2500 사이의 약한 박스장이 예상된다. S&P500의 적정 주가는 3600~3700선으로, 현재 주가(3955, 8월31일 기준) 대비 10% 추가 하락 위험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주가가 비교적 저렴한 시점이나 손실 위험이 적은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박스권을 지나고 보면 대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많았다. 개인 투자자라면 추세적으로 저점을 높여가는 시기에 주식을 늘려가는 게 현명하다.”

현금 비중 늘리고 채권은 연말·연초에 투자

공포는 내년 2~3분기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봤는데.
“올해는 인플레이션과 싸웠다면, 내년에는 경기침체와 부채의 고통에 짓눌릴 가능성이 크다. 내년 2분기쯤 미국의 애플과 같은 기업도 주변국의 소비 활동 저하에 따라 어닝 쇼크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그렇게 경기가 바닥을 치고 침체가 완연해지면 비로소 금리 인상 시계는 멈출 것이다. 이번 사이클에서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은 내년 6월로 예상된다.”
혼돈기 자산배분은 어떻게.
“주식을 사서 물려있는 상황이라면, 종목 교체도 고려해보자. 고PER(주가수익비율)주나 밈주식(유행성 주식), 고부채 종목 등을 줄여라. 올해 또는 내년 주가 추가하락 전까지는 최대한 현금 비중을 늘려라. 내년 2분기 이후 바닥에 근접하면 현금과 달러 비중을 줄여 국내외 성장주와 채권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그 후보가 될 만한 기업에 계속 자본을 몰아주는 게임은 앞으로 가속화할 것이다. 코카콜라, 화이자, 펩시 등의 안정 성장주나 애플 같은 우량 성장주에 올라타 다음 강세장을 대비할 것을 추천한다. 국내 주식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및 소재·부품·장비, K콘텐트,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시대 정신에 맞고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비교우위 섹터가 신성장동력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채권은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가 향후 10년 내에 도래하기 어려운 투자 적기가 될 것이다. 단, 내년 한계기업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부실등급의 회사채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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