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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350만 만족도 97% 따릉이, 적자 비켜나세요 ‘따르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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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호 02면

적자 쌓이는 서울 공공자전거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시민들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시민들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날 좋은 날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면 그 순간만큼은 나들이 가는 기분이 들어요.”

서울 신도림에서 여의도까지 약 4.1㎞. 회사원 최정원(30)씨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이다. 입사한 지 4년 차가 된 최씨는 처음에는 이 출근길이 지겹도록 싫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가며 이용했다”며 “버스나 지하철이나 끼어 타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출근길에 불쾌한 신체접촉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하는 것보다 출근길이 더 스트레스였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질 무렵 이용하기 시작한 따릉이가 많은 것을 바꿔줬다. 오늘도 따릉이와 함께 출근길에 나선 그는 “산들한 바람을 타고 출근하다 보면 회사에 도착해서도 모든 것에 긍정적이 된다”고 말했다.

요금 시간당 1000원으론 운영비 감당 못 해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따릉이를 타는 게 필수 코스예요.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대학생 김유현(23)씨는 주말마다 캠퍼스 커플인 여자친구와 따릉이를 타고 데이트를 한다. 김씨는 “학교 근처에서 따릉이를 빌린 뒤 오늘은 어떤 대여소까지 가볼까 하고 데이트 코스를 정할 때도 잦다”며 “돈도 여유롭지 않고 차도 없는 대학생들에게 따릉이는 정말 좋은 데이트 수단”이라고 말했다. 따릉이를 타고 새로운 동네에서 맛집을 찾아 가는 것을 즐긴다는 이 커플은 얼마 전 3만원에 1년 정기권을 구매했다. 김씨는 “내가 사용하는 지출 중 가장 아깝지 않은 돈”이라며 “여자친구와 보낸 행복한 기억들 중에 절반은 따릉이가 함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따릉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다. 2015년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8년차를 맞았다. 출퇴근, 데이트, 나들이 등 여러가지 이유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용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밀집한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 외부 활동에 대한 제약이 커지면서 따릉이는 일상 속에서 거리두기가 가능한 비대면 교통, 레저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교통 이용 전·후 이동을 보완하는 ‘퍼스트-라스트 마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따릉이를 꼭 이용하게 된다는 취업 준비생 이성찬(28)씨는 “스터디를 가거나 학원에 갈 때 따릉이를 애용한다”며 “자격증 공부, 공채 지원 등으로 바쁜 와중에 ‘따세권(따릉이+역세권)’에 사는 건 축복”이라고 전했다. 따세권은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따릉이 대여소가 가까이 있어 이용이 용이한 곳을 말한다. 그만큼 따릉이가 이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QR형 뉴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 [뉴스1]

‘QR형 뉴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 [뉴스1]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따릉이에 대한 인기는 더 높아졌다. 이용연령 하향(만 15세→13세), 새싹따릉이·QR형 단말기 도입, 공공자전거 앱 개선 등 시스템은 지속해서 개선됐다. 서울시가 지난 1월 공개한 ‘2021년도 공유도시 정책 인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따릉이 만족도는 96.9%로 서울시 10개 공유정책 중 가장 높았다. 이용자 수는 2015년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 4월에는 누적 1억건을 넘어섰다. 이용 실적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따릉이 일 평균 이용 건수는 8만7817건으로 2017년(1만3783건) 대비 6배로 증가했다.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대여건수는 1414만건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38.3% 증가했다.

회원 수도 꾸준히 늘어나 35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시민 3명 중 1명이 따릉이 회원인 셈이다. 누적 이동 거리는 2억 7531만㎞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2.5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누적 탄소 절감량은 1968t으로 친환경 효과도 높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따릉이 이용건수는 496만건으로 연말이면 연간 이용건수가 40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늘어나는 적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9년 90억원이던 적자는 2020년 99억원, 지난해에는 103억원으로 늘었다. 따릉이의 연간 적자는 2016년 25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자전거 3000대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의 대표적인 성공사업으로 평가받는 이면에는 고질적인 적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시간당 1000원 수준인 요금으로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타이어 등 관리 문제도 불거진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민석(35)씨는 “얼마전 브레이크가 고장나 보이는 따릉이를 타서 위험할 뻔한 적이 있다”며 “어린아이들이 관리가 잘 안된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유 자전거는 노후화 속도가 빠른데 적자 때문에 정비나 새로 사는 예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ongang.co.kr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ongang.co.kr

비단 서울시뿐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 71개 지자체에서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자전거를 1000대 이상 갖춘 곳은 서울, 창원, 세종, 대전, 고양, 인천 연수구, 안산 7곳이다. 그나마도 고양시와 안산시는 지난해 5월과 12월 차례로 공공자전거 ‘피프틴’과 ‘페달로’ 사업을 철수했다. 2008년 10월 국내 1호 공공자전거 ‘누비자’를 도입한 창원시 역시 지난해 약 44억40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창원시 관계자는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행 요금에서 5~6배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시민들의 편의, 취약계층의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이용자가 많은 서울도 시민의 3분의 2는 따릉이를 쓰지 않는다. 모든 시민에게 걷은 세금으로 소수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셈이다. 수익자부담 원칙을 강조하자니 공공성이 훼손되고, 적자를 감수하자니 왜 일부만 쓰는 서비스에 세금을 쓰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 서비스의 딜레마다. 특히 따릉이는 노약자나 장애인보다 젊고 건강한 시민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라 쉽게 세금 투입을 늘리기 어려운 면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교통 복지 차원에서라도 관리 예산과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환경연합의 최화영 활동가는 “지하철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과 비교했을 때 공공 자전거의 적자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자전거는 이제 대중교통의 하나로 자리매김했기에 이에 걸맞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성 훼손” 서울시, 기업 후원 방안엔 난색

해외에서는 운영을 기업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뉴욕의 명물로 자리잡은 공공 자전거 씨티 바이크의 경우 씨티은행이 4100만달러(약 457억원)를 후원했다. ‘씨티 바이크’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실제 운영 또한 대기업이 맡는다. 씨티 바이크의 기획과 감사는 뉴욕시가 하지만 미국 최대 자전거 공유 서비스 회사인 모티베이트가 운영한다. 모티베이트는 2018년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2위인 리프트에게 약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인수되어 화제를 모은 기업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릉이에 광고판을 붙이는 방식 등으로 수익성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따릉이 이용자의 안전과 도시 미관을 고려해 광고 범위를 최소화할 경우 예상되는 수익이 2년 기준 13억원 정도에 불과해 적자를 메꾸기엔 역부족이다. 기업에 이름이나 광고를 대가로 큰 후원을 받는 것에도 서울시와 전문가들이 난색을 표한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외부 민간 재원에 크게 의존하다 보면 결국 명칭과 운영권을 기업에 넘겨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공공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말에 2년 동안 기업에 일부 광고권을 주는 사업을 운영해본 이후 점진적으로 외부수익구조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따릉이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는 류재영 전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기업의 광고나 후원을 대가로 명칭과 운영권 등을 넘기게 되면 당장은 적자를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공공 서비스가 무너질 수 있다”며 “따릉이의 정체성을 최대한 지킨 채 재원을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기업이 특정 대수의 따릉이 디자인을 국내 유명 예술가에게 맡기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후원 기업에 ‘따릉이를 지키는 좋은 기업’이라는 문구를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류 전 교수는 “공공 자전거 애플리케이션에 후원자 이름을 내건 배너를 띄우는 등 다양한 수익구조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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