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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확찐자' 되기 싫은 당신...LA갈비 먹기 전 '이것' 먹어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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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추석 나는 법

올 추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이하는 첫 명절인 만큼 오랜만에 가족·친지를 만나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이 많다. 명절 연휴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는 데 관심을 쏟지만, 정작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건강을 되레 잃을 수도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는 “장시간 잘못된 자세를 지속하거나 기름진 음식의 과식, 공감 능력 부족으로 인한 감정 소모 등은 명절에 건강을 망치는 위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건강하게 추석 나는 법을 알아본다.

바른 자세 취하기

운전석은 110도, 조리 시 허리는 90도
명절이면 고달프기 쉬운 신체 기관이 ‘근골격계’다. 대표적인 원인은 장거리 운전 시의 잘못된 자세다. 엉덩이를 앞으로 비스듬히 빼면 허리가 굽혀지며 체중이 허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가해져 추간판(디스크)에 압박을 가하고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이주강 교수는 “핸들에 바짝 다가앉는 자세는 머리를 앞으로 쭉 빼 목뼈가 일(一)자로 펴지는 거북목증후군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운전석 등받이는 110도로 세우고, 엉덩이를 좌석 깊숙이 넣어 등을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도록 한다. 허리의 굴곡 유지를 위해 수건을 둥글게 말아 허리 뒤에 받치는 것도 도움된다. 운전할 땐 1~2시간마다 휴게소에서 휴식 시간을 갖고, 간단한 체조·스트레칭으로 경직된 척추 등 근골격계를 이완해 보자.

조리할 때나 밥상을 들어 나를 때의 자세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명절엔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다 보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목·허리·무릎·손목·팔꿈치 등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예컨대 전을 바닥에서 부치려고 장시간 등을 구부린 채 쭈그려 앉으면 목·허리 통증을 유발하기 쉽다. 이주강 교수는 “인덕션 같은 조리기구를 바닥이 아닌 식탁에 놓거나 좌식 테이블 위에 두고 엉덩이 밑에 방석을 겹겹이 깔면 목·허리를 90도로 꼿꼿하게 세워 척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프라이팬을 잡을 땐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잡고 손목이 꺾이지 않으면서 손등과 일직선을 유지하며 펴야 손목 부담을 줄이고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밥상을 들 때도 허리를 숙이지 않고 무릎을 구부렸다 펴며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근육통·관절통이 가시지 않고 통증 부위가 붓거나 열이 나면 냉찜질(6~7도)을, 이 부위가 뻐근하고 묵직하면 온찜질(50도 이하)을 20~30분 진행하는 게 권장된다.

식단 관리하기

식혜는 식전에, 볶기보단 데치기
갈비구이·잡채·명태전·송편 등 기름진 고칼로리의 명절 음식은 눈·코·입을 유혹한다. 실제로 명절엔 평소보다 과식하기 쉽다. 경상대 식품영양학과 김석영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평소 식사량을 절제하지 않는 그룹이 추석 때 먹은 열량은 하루 2515㎉로 평일(1755㎉)보다 43.3%나 많았다. 고칼로리의 고지방식이 주를 이루는 명절 음식은 단백질 위주 식단을 같은 양 먹을 때보다 체지방을 쉽게 늘린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단백질의 포만감 지속시간은 최대

4시간이지만, 탄수화물·지방은 1~2시간에 불과하다”며 “고지방·고당류 음식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뇌가 허기를 빨리 느끼게 해 식욕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이 있을 땐 과식, 짠 음식 섭취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최민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과식하면 고혈당 유발은 물론, 배탈·설사로 인한 탈수를 부추기고 혈당 조절 능력을 잃을 수 있는 데다 고혈압, 심장·콩팥병 환자가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체내 수분이 늘어나면서 심장에 부담을 주기 쉽다”고 언급했다.

식사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샐러드, 나박김치, 데친 나물, 생선찜, 미역국 등 저열량 음식을 먼저 먹어 배를 어느 정도 불린 뒤 LA갈비구이·동태전 같은 고열량 음식을 먹는 식이다. 식사 직전에 사탕 한 알이나 식혜 100mL(종이컵 반 정도)를 먹는 것도 과식 예방에 도움된다. 단순 당이 뇌 에너지원으로 재빨리 흡수돼 뇌에서 포만감을 먼저 느껴서다. 조리법만 바꿔도 칼로리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나물·잡채 등을 볶을 때 사용하는 식용유는 한 큰술(15㏄)에 약 135㎉로, 세 큰술만 사용해도 밥 한 공기(300㎉)를 웃돈다. 볶지 않고 데치면 아낀 기름만큼의 열량을 덜 수 있다.

과잉 섭취한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살을 찌운다. 한 끼에 밥·송편이 모두 있다면 밥을 송편으로 대체해도 좋다. 식사 시작 후 포만 중추가 자극되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30분간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하는 이유다. 식사할 땐 가족과 대화하며 천천히 골고루 먹는다. 많은 음식이 준비됐더라도 처음부터 모든 음식을 상에 올리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포만감이 생겨 추가 섭취를 막을 수 있어서다. 단맛을 낼 땐 양파를 활용해 보자. 양파를 가열하면 매운맛 성분이 분해돼 단맛을 내는 성분이 풍부해진다. 불고기 양념을 만들 때 일반 레시피보다 양파 사용량을 3~4배 늘리면 설탕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배려하며 대화하기  

사생활 존중하고 감정 표현은 ‘나’부터
명절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는 “스트레스성 반응의 하나인 명절증후군은 과거의 명절 때 힘들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잠재했다가 명절이 다가오면 힘든 기억이 재현되면서 정신뿐 아니라 신체로도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명절증후군은 우울·불안·초조·불면·무기력·분노 같은 정신 증상뿐 아니라 어지럼증, 두통, 소화불량, 복통, 심장 두근거림, 피로감 등 신체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실제로 심정지 발생률이 평일보다 명절에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이 2012~2016년 전국 응급실을 찾은 ‘병원 밖 심정지’ 환자(사고·자살 제외) 9만5066명을 분석했더니 설·추석 연휴에 하루 평균 60.2명이 심정지로 쓰러졌는데, 이는 평일(51.2명), 주말(53.3명), 공휴일(52.1명)보다 많았다. 김지욱 교수는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 간의 건강한 대화”라고 강조했다.

명절 갈등을 피하는 건강한 대화법으로 ‘아이 메시지(I message)’ 방식이 권장된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자신을 주어로 하는 ‘아이 메시지’ 대화법은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아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좋은 화법”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너 시험 성적은 잘 나왔니”보다 “나도 어릴 때 공부하느라 힘들었어”라는 식이다.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질문은 피한다. 결혼·취업·임신 전인 가족이 있는 경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거나 직설적인 답변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직업·소득·소비 수준, 아이 성적 등을 비교·자랑하거나 손아랫사람에게 내려다보듯 쳐다보거나 손가락으로 지적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온 가족이 다 같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공유할 수 있는 유쾌한 화제를 준비해 가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김지욱 교수는 “명절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편안하게 쉬고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라는 점에 공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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