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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은 다른데…같은 날 ‘소환 통보’ 받은 이재명과 이준석

중앙일보

입력

여야 전·현직 당 대표가 묘하게 같은 날 각각 검·경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성 상납 및 사건 무마 의혹으로 경찰 수사선에 놓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백현동·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로 검찰이 수사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난 1일 각각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MBN 종편 10주년·개국 27주년 국민보고대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MBN 종편 10주년·개국 27주년 국민보고대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사건 모두 지난 대선의 산물이다. 이 전 대표 사건은 국민의힘 선대위 내홍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7일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성 상납 의혹을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이 대표의 역시 비슷한 시기(12월 22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 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발언 등이 주요 혐의다. 의혹 제기가 정치권에서 시작됐고, 이를 떠안은 수사기관이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반년 이상 본인 소환을 미뤄왔다는 점도 똑같다.

소환 통보가 이뤄지자 여야는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에 대해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하게 거기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이준석 대표의 개미지옥을 탈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정치보복 수사”(김남국 의원)라고 여권을 공격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가 이루어진 날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경찰에서 소환 통보가 이뤄졌다”며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당 내외를 막론하고 ‘법잡이’들이 고문 술법으로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을 위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을 위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주변에선 두 사건 모두 ‘요란한 빈 수레’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대선과 정권교체 전후 정치적 중립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감한 사건 처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는 것이 수사 기관의 관행”이라며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과 별개로,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 놓고 볼 땐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출석 요구가 이뤄진 만큼,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높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 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 일괄 만료일(9일)을 불과 사흘 앞둔 이달 6일 출석을 요구받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공소시효 만료 직전 소환을 통보한 건, 출석하지 않아도 곧바로 불구속 기소를 하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013년 벌어졌다는 이 대표 성상납 사건은 공소시효가 대부분 지났거나 임박했다. 경찰이 성매매처벌법 위반, 직권남용, 특정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에 대한 법리를 검토 중인데 이 중 성매매와 알선수재는 공소시효가 각각 5년, 7년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다만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가 “2015년 9월 23~24일에도 대가성 선물을 건넸다”고 진술한 부분, 이 전 대표가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작성했다는 ‘7억원 각서’의 증거인멸 협의 정도가 기소 가능한 내용으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사람은 모두 검·경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준석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은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경찰 출두를 기정사실로 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전쟁입니다”라는 보좌진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노출한 이 대표도 아직 출석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수사 막바지 국면이 오히려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이 전 대표 징계를 결정한) 당 윤리위가 경찰의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너무 일찍 서두른 면이 있다”(성일종 정책위의장)는 말이 나왔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도 “혐의없음으로 결백이 입증된다면 내년 1월 8일 당 복귀 가능성에 그만큼 힘이 실릴 뿐 아니라 정치적 입지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의 정면 대결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야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탄압받는 당 대표 이미지가 당력을 모으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숨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방문했던 광주 국밥집을 찾아 “저도 이제 오늘 이 자리에 앉아서 우리 노무현 대통령의 기(氣)도 받고, 힘 있게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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