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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대신 추석밥상 오를거냐"…이재명 檢출석 말리는 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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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의 소환 요구에 대해 “먼지 털기를 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았다”며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랜 시간 경찰·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께서 맡긴 권력으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 극복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여부를 묻는 말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어 같은 질문을 받은 양부남 신임 민주당 공동법률위원장은 “아마 출석하실 거다. 출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곧장 “불출석 가능성도 매우 크다.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상당히 분명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수습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런 엇박자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는 본인이 출석해 직접 소명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주변에서 만류하고 있다”(친이재명계 의원)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일부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원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대표 측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출석 조사나 서면 조사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며 “이 대표는 두루 의견을 들으며 고심 중이다. 정해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내부에선 추석을 앞둔 시점에 이 대표가 직접 검찰에 출석할 경우 정무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 개인 입장에선 얼마든지 소명할 수 있는 혐의인 만큼 직접 출석해 반박하고 싶겠지만, 검찰이 당 대표 이재명을 소환한 만큼 이건 정치적으로 따져보고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 핵심 관계자 역시 “도시락 싸 들고 말리고 싶다”며 “김건희 여사 의혹 대신 이 대표를 추석 밥상머리에 올리려는 노골적 의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野 “죄 없는 김대중 잡아간 전두환과 尹이 뭐가 다르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날 일제히 검찰을 성토하며 이 대표 엄호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정기국회 첫날에 발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죄 없는 김대중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 뭐가 다르겠나”며 “윤석열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 측의 ‘서면 조사부터 먼저 시도했지만, 회신이 없어 출석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즉각 반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는 대장동 공공개발사업을 당시 새누리당 성남시의원들이 당론으로 막았다는 발언과 관련해 수원지검의 요구에 피의자 진술 및 의견서를 제출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에 대한 발언과 관련한 서울중앙지검의 진술서 제출 요청도 검찰과 성실히 협의 중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이 대표 검찰 소환 관련 질문에 “저도 언론 보도를 통해 보는데 기사를 꼼꼼하게 읽을 시간도 없다”고 답한 데 대해, 민주당 내에선 “당연히 보고받았을 거면서 새빨간 거짓말 아니냐”(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반발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격앙된 건 “검찰이 이 대표와 윤 대통령 내외에 다른 잣대를 대고 있다”(당 지도부 관계자)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다. 앞서 2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을 불송치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체적으로 허위경력이 아니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민주당에선 검찰의 소환 결정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물타기 시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는 의혹부터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착용한 장신구까지 ‘여사 리스크’가 커지는 기류였다”며 “통상 서면조사로 할 걸 직접 소환한 건 ‘여사 리스크’를 덮기 위한 시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격앙된 기류 속에 향후 정국도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 검찰 소환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추진을 시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수사당국이 형평성을 잃고 해태하는데, 이러면 결국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에 대해 갈수록 우리가 적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당과의 협상 실무자인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아직도 남아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졌으니 협치와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기국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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