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도, MZ세대도 "요즘 젊은이들이란..." 세대론의 유혹[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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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감각

바비 더피 지음

이영래 옮김

어크로스

"이런 오만, 독선,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에게 호통을 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 이들은 역사상 최악의 양육 방식이 길러 낸 세대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지역신문인 '머스카틴 저널'에 실렸던 기사 일부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도,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적혀 있다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그 지적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베이비부머 세대 등 기성세대가 MZ세대 같은 요즘 젊은이에게 했을 법한 이 '지적질' 기사는 이 신문 1969년 5월 7일 자에 실렸다. 기사의 시점으로 미뤄 볼 때 기사 속 '오만, 독선,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젊은이'는 베이비붐 세대다. 인류 역사 어느 시절에나 기성세대에게 젊은 세대는 비슷하게 보였던 거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세대가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세대 간 갈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첨예한(또는 첨예하다고들 그러는) 요즘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거의 다 그렇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실제로도 그런가,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건가. 또 각종 세대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세대마다 서로 다른 분명한 특징이 존재하는가. 저자인 바비더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공공정책학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진 뒤 그 답을 찾아 나간다.

저자는 진화인류학적 시각에서 인간의 사고에 오류가 생기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우리는 패턴을 찾게끔 프로그램되어 있다. (⋯)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디자인이 있다거나 그 뒤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단일한 원인을 알고 싶어하며, (⋯) 단순성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조치가 필요한 대상을 명확하게 특정하게 된다. (⋯)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단순화하는 것은 만족함을 준다." 저자가 생각하는 세대론의 등장 배경이다. 요컨대 세대라는 패턴을 찾아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단순화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출생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세대라는 개념은 허상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세대만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며, 세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거다. 저자는 세대 외에도 코호트(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체), 생애 주기, 시대의 영향 등을 살펴야 한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책에서 자산, 주거, 교육과 노동, 행복, 건강, 사생활, 문화, 정치, 환경 등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세대론의 허와 실을 짚어낸다.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세대 간 갈등으로 환원해 설명하는 책이 최근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의 효용은 그런 설명을 수용하는 데 있어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다. 저자가 책에 인용한 미국 저널리스트 H. L. 멩켄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모든 복잡한 문제에는 간단한 해답이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오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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