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조준한 바이든…"국가 근간 위협하는 극단주의 대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미국의 근간을 위협하는 극단주의를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을 향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겠다"면서 "트럼프와 '마가(MAGA)' 공화당은 미국의 근간을 위협하는 극단주의를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다.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화당을 비판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마가 공화당'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그는 "오늘날 공화당이 트럼프와 마가 공화당원들에 겁먹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집요하게 주장하면서 "미국과 미국 민주주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고 표현했다.

이날 연설은 소위 '황금시간대'로 불리는 저녁 8시에 진행됐다.
임기 초 국가 통합에 초점을 맞추며 전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삼갔던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CNN은 "이번 연설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분열·혼란을 극복하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1.6 의회 폭동 청문회 동안 미국 민주주의와 관련한 연설을 생각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다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 이후 과격 지지자의 미 연방수사국(FBI) 지국 공격, 트럼프의 인정을 받은 공화당 중간선거 후보들의 잇따른 선거 부정 발언 등을 보면서 연설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격전지가 될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를 찾아 연설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할 계획이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첨예하게 논란이 되는 사안들도 끄집어냈다.
그는 "마가 세력이 이 나라를 퇴보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선택의 권리가 없는, 피임의 권리가 없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할 권리가 없는 미국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연설에는 민주당 정치인과 지지자들 300여 명이 모였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도 현장에 나타나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렛츠고 브랜든"을 외쳤다. '렛츠고 브랜든(Let's Go, Brandon)'은 트럼프 지지자들아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좋은 매너에 당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들 역시 화낼 자격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연설 후 공화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연설이 끝난 후, 공화당 측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준 7400만 명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론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조 바이든은 민주당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분파자"라며 "국민 절반에 대한 분열·혐오·적대감 중 하나를 키운다"고 반격했다.

바이든에 앞서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서 먼저 연설을 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의원은 "우리 눈앞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당원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