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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강제징용 현금화' 판결 대체 언제? 주심 김재형 대법관 퇴임

중앙일보

입력

일본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현금화)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배상금 지급을 신청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특허권 매각 사건 주심인 김재형(57‧사법연수원 18기) 대법관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식을 하면서다.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과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동원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운데)가 재판장을 나오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과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동원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운데)가 재판장을 나오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법원 현금화 결정, 심리불속행 이어 퇴임 시한도 넘겼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일 업무시간인 오후 6시까지 미쓰비시가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김 대법관은 정식 임기 종료일은 오는 4일이지만, 퇴임식은 금요일인 2일 열려 사실상 업무시간은 1일 오후 6시까지였다. 통상 퇴임식을 하고 나면 재판 등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다.

앞서 대법원은 1차 ‘디데이’였던 지난 19일까지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미쓰비시 측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넘긴 것이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사건 결론이 심리할 필요도 없이 명백할 경우 사건을 더 따져보지 않고 원심을 유지하겠다고 기각하는 결정이다.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면 미쓰비시의 재항고가 기각되고 자산 매각 명령(현금화)이 확정된다는 의미였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대법관 퇴임이 임박한 만큼 더 이상 판단을 미루기도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마지막 디데이인 퇴임시한까지 넘기면서 앞으로 언제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내려질지도 아예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대법이 미룬 ‘미쓰비시 현금화’ 판단…김재형 임기안 나올까

더군다나 후임 재판부가 언제 구성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대법관 후임인 오석준(60·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가 여야 합의 불발로 연기되면서 미쓰비시 사건 결론은 물론 대법관 공백 역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관이 주심이던 미쓰비시 사건을 후임으로 제청된 오 후보자가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다만 즉시 현금화해야 한다는 피해자와, 만약 그럴 경우 한일 청구권 협정이 무력화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강경론을 펼친 일본 사이에서 난감하던 윤석열 정부로선 시간을 벌게 됐다. 이에 한일 관계 최대 뇌관인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위해 민관협의회를 가동하고 일본은 물론 피해자와도 접점을 넓히고 있는 정부 입장 등을 감안해 사법부의 판단이 미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이날 광주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한다.

배상금 강제집행 위한 사실상 마지막 사법 절차

이번 사건은 미쓰비시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피해자인 김성주(93) 할머니와 양금덕(93) 할머니 등 5명은 미쓰비시가 운영하던 공장에서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미쓰비시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해 1인당 1억~1억 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측이 이를 외면하자 배상금을 받기 위한 법적 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우선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는 각각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에 보유한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에 대한 압류 명령 및 매각 명령을 법원에 각각 신청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압류 명령을 확정했고, 같은 달 대전지법도 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미쓰비시는 현금화에 반발해 항소에 나섰지만 올해 1·2월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지난 4월 미쓰비시는 재항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대법원 측은 앞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언제까지 결정하겠다고 방침을 정하거나, 대법관들 사이에 합의가 된 바가 없다”며 “김재형 대법관 퇴임 전까지 결정키로 방침을 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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