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아리송한 1년'…같은 건물 같은 업무, 수당은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9.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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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북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아 행사장을 찾아 자치경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전북 자치경찰위원회

전북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아 행사장을 찾아 자치경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전북 자치경찰위원회

“우리도 수당 달라” 지구대·파출소 직원 차별논란 

충북의 한 경찰서는 지난해 7월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조사계 등 자치경찰 사무를 맡은 4개 부서를 1개 과(課)로 묶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25명은 지자체로부터 1인당 연간 수십만원의 복지 수당을 받는다. 전보·파견 등 인사권 일부는 도지사(또는 충북자치경찰위원회)가 갖고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경찰청이 담당했던 생활안전·교통·경비 업무를 지자체가 가져오면서 생긴 변화다.

하지만 이 지역 7개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90여 명의 사정은 다르다. 지구대·파출소 직원의 인사권은 여전히 경찰청장(국가경찰)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주는 복지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범죄예방활동, 농산물 절도 방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자치경찰 사무와 강력사건 초동 조치 등 국가경찰 사무를 병행하고 있다.

A경위는 “자치경찰 사무는 현장과 연결돼 있어 지구대를 제외하고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같은 자치경찰 업무를 하는데 인사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치경찰제 도입 후 현장 업무에 큰 변화는 없다”며 “지구대 직원은 112신고 대응 같은 국가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함께하고 있어 이도 저도 아닌 처지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치경찰 조직도. 사진 충북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 조직도. 사진 충북 자치경찰위원회

같은 복장, 같은 건물…경찰관도 “달라진 게 없다” 

자치경찰제가 시행 1년을 맞이했지만 곳곳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법률상 자치경찰 사무가 국가경찰서 분리됐지만, 모든 경찰관은 같은 복장을 하고 같은 건물을 쓴다. 국가경찰 조직을 빌려 급하게 자치경찰이 도입되는 바람에 경찰 내부에서도 “달라진 게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경찰서 안에서 자치경찰 사무 여부에 따라 수당을 받는 문제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자치경찰제는 전체 경찰사무 중 지역 주민과 밀접한 치안 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지휘·감독하는 제도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운용, 치안 서비스를 높이고 자치권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경찰서 내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기능과 지구대ㆍ파출소 업무의 80% 정도를 자치경찰 사무로 이전했다.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은 합의제행정기구인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맡고 있다.

현행 자치경찰제는 경찰 조직은 그대로 둔 채 사무만 분리한 ‘일원화 모델’이다. 기존 국가경찰 조직에 업무 영역만 나눈 꼴이라 일 처리 경계가 불분명할 때가 많다. 상당수 자치경찰 담당 경찰관은 지자체 소관의 자치경찰 사무와 경찰청의 국가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서 열린 '서울 자치경찰 1주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서 열린 '서울 자치경찰 1주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자치경찰 사무 맡은 지구대·파출소 5만명, 인사권은 경찰청장 

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직원은 “국가경찰 업무를 했던 경찰관이 자치경찰 사무 부서로 오면 자치경찰이 되는 구조”라며 “국가·자치 사무를 병행하는 경찰관은 통상 자치경찰 업무가 50%를 넘으면 자치경찰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자치경찰 소속 경찰관은 “휴가자 발생 시 업무를 대행하다 보면 국가 사무를 보던 동료가 자치사무를 보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 부서에서 근무하지만, 지자체 복지수당을 받는 경찰과 받지 못한 경찰로 나뉘는 일도 발생한다. 경남 자치경찰은 이달부터 경남도에서 1인당 복지수당 3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경남경찰청 자치경찰부에 속한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관 20명 중 3명은 이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들이 맡은 총포·화약·경비업 허가는 자치경찰 업무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 소속 B경정은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수당을 받고 누구는 못 받으니 앞으로 불평이 안 나오겠나”라고 했다.

자치경찰 담당 경찰관 인사권은 뿔뿔이 나누어져 있다. 경찰법과 경찰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자치경찰 사무를 맡아도 경감 이하 신규채용과 면직 권한은 경찰청장이 갖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자치경찰 담당 경찰관 중 경감과 경위 승진 인사권만 행사할 수 있다. 경정 전보, 파견, 휴직·직위해제와 경감 이하 임용권(신규채용과 면직 권한 제외)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 위임해야 한다.

2020년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5차 본회의에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2020년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5차 본회의에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경찰서 가져오는 인사 명단 승인만” 자치경찰위 권한 한계 

자치경찰 사무가 업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구대·파출소 근무자의 인사권은 경찰청장이 갖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경찰 13만1000명 중 지구대·파출소 근무자는 5만680명으로 38.6%를 차지한다.

자치경찰 수행 경찰관의 인사권 분리는 소속 문제와 연결돼 후생복지 차별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자치경찰 사무 수행 경찰관 1만4000여 명 중 4000여 명만 1인당 50만원의 지자체 수당을 받고 있다. 인사권이 서울경찰청장한테 있는 1만여 명의 지구대·파출소 직원은 이 혜택에서 제외됐다. 서울처럼 지자체 후생복지 대상에서 제외된 충북·강원·전북·경남 지역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은 “자치경찰제의 손발을 담당하는 경찰관을 차별하고 있다”며 속앓이 중이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치경찰 조례안'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사전 협의 없이 지자체 업무가 경찰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긴급신고 출동의 인력부족으로 치안공백이" 우려 된다며 조례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1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치경찰 조례안'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사전 협의 없이 지자체 업무가 경찰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긴급신고 출동의 인력부족으로 치안공백이" 우려 된다며 조례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1

“시도 자치경찰위 경찰청 인사시스템 접근 못해” 

경찰공무원 임용령은 ‘자치경찰위원회가 인사권 일부를 시도경찰청에 재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재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이 경찰청 인사관리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인사가 경찰청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구조다.

남기헌 충북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자치경찰을 비롯한 모든 경찰관에 대한 인사 정보를 경찰청이 갖고 있기 때문에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 경찰청장에서 갖고 오는 인사 결과를 단순하게 승인해 주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며 “자경위 사무국은 경찰청 인사시스템에 접근할 수도 없어 자치경찰 인사 대상자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치경찰은 지방자치 사무가 국가경찰 조직에 의해 굴러가는 기형적 구조다. 정책수립, 예산 확보와 수행 주체가 달라 신규 사업 예산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예산은 추경 포함 100억 원 정도다. 인건비와 운영비는 전북도에서 지원받고, 사업 관련 예산은 자치경찰이 생기기 이전부터 국가경찰에서 하던 여성·청소년·교통 업무 등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게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설명이다.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월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자치경찰 추진 준비상황을 점검한 뒤 경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월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자치경찰 추진 준비상황을 점검한 뒤 경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이원화 모델서 일원화로 선회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장은 “주민들로부터 여러 가지 정책 제안을 받아 신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예산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며 “현재 자치경찰 사무는 있지만 정작 자치경찰(사람)이 없다. 무늬만 자치경찰”이라고 지적했다.

외형 변화가 없는 자치경찰은 국민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전북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치경찰 인지도는 45.2%에 불과했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유니폼이나 순찰차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112신고 대응 체계도 종전과 같기 때문에 주민들이 체감하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이원화 모델’을 계속 검토해왔다. 시·도에 자치경찰본부를 두고, 기초단체에 자치경찰대를 별도 신설해 국가경찰 4만3000여 명을 단계적으로 이전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당·정·청은 2020년 7월 “조직 신설에 따른 비용 과다, 이원화에 따른 업무 혼선 우려” 등을 이유로 지금의 자치경찰제를 방안을 내놨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주요 관광지에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투입해 순찰 활동을 벌인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개인형 이동장치 탑승한 경찰. 연합뉴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주요 관광지에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투입해 순찰 활동을 벌인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개인형 이동장치 탑승한 경찰. 연합뉴스

전문가 “현행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한 몸통…이원화해야”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국가경찰서 자치경찰을 분리하는 ‘이원화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자치경찰제는 명의상으로만 지방에 권한을 분산시켜놨지 실제로는 자치경찰이 국가경찰과 한 몸통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찰권의 비대화만 초래했다”며 “자치경찰 조직을 국가경찰서 떼어낸다 해도 국가 치안질서에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인사권과 재정권 등 자치경찰 사무 지휘통제권을 시도지사에게 완전히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동균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은 “우선 파출소와 지구대를 자치경찰 소속으로 바꾸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분리돼야 한다”며 “파출소와 지구대는 시민의 생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곳이자 주민 서비스가 가장 밀접하게 이뤄지는 곳이어서 자치경찰에 속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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