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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종부세 대혼란, 선거 땐 깎는다더니…여야 처리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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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법안의 1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고 ▶일시적 2주택자 다주택 중과 대상 제외 ▶고령자 납부유예 등이 포함된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쟁점인 1가구 1주택에 대한 기존 11억원 외 한시적인 특별공제 도입(1억~3억원, 공정시장가액비율 60%)은 합의가 불발됐다. 1주택자 특별공제와 관련해 류성걸(국민의힘)·신동근(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는 구두로 “올해 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추후 합의해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야당 측 반대가 워낙 거세 최종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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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당초 2022년에 한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특별공제 3억원 추가)으로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추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공제금액을 12억원(특별공제 3억→1억원)으로 낮춘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또한 부자감세”라고 거부하며 합의는 불발됐다.

이는 대선·지방선거 때와는 전혀 달라진 분위기다. 선거를 앞두고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부동산 세금 완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1주택 종부세 기준 11억14억 불발…대상 9만3000명 혼란

특히 선거 때마다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 완화를 명시적으로 약속해온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부동산 세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선을 앞둔 3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종부세로 인한 억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에는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인상)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시가 인상 폭이 줄어들 경우 종부세·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증가 폭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민주당은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까지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해 주겠다는 안이었다. 송영길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제안으로 채택된 당론인 만큼, 부동산 폭등으로 들끓던 서울 민심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가 끝나자 나몰라라 하는 식”이라며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책임정치’ 없이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길게 봤을 때 민주당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물론 야당에 의회권력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그래서 협상이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특별공제가 도입됐다면 종부세를 면제받았을 1주택자 9만3000명이 올해 세금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시가 기준으로 보면 14억6000만원(공시가 현실화율 75.1%)에서 18억6000만원 사이 주택이 이에 해당한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과세특례 대상자(총 12만8000명) 가운데 일부도 세금을 감면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부부 공동 명의자는 1인당 6억원씩 모두 12억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올해 단독 명의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높였을 경우엔 단독 명의처럼 세금을 내는 1주택자 특례 신청을 통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특례 신청 역시 어려워졌다.

향후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종부세 납세자들은 납세 후 환급이란 불편한 과정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종부세 특별공제 환급 방식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극단적으로 그런 방식을 고려할 수는 있다. 다만 높은 수준을 부과하고 다시 돌려받는다는 것이 국민에 불편을 드릴 뿐만 아니라 환급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 드려야 하므로 국고에 추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창기 국세청장도 “현 상황으로는 기본 공제금액을 11억원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7일 본회의에 앞서 양당 간 극적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1주택자 특별공제에 대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만 만들어진다면 이미 합의된 종부세법과 함께 7일 본회의에 상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같은 자신들의 요구 법안과 종부세 특별공제 상향 법안의 ‘패키지 딜’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근 민주당 간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려면 ‘사회적 경제 기본법’ 등 이런 법안 처리를 같이 할 수 있지 않냐고 얘기했는데, 여당 간사 쪽에선 아예 거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성걸 국민의힘 간사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기재위 간사가 종부세와 전혀 관계없는 외적 요인을 끌어들이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초점을 흐리지 않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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