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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추락…1354.9원 마감, 하루 만에 연저점 또 경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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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원화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달러당 1354.9원의 환율 종가가 표시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무역적자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스1]

원화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달러당 1354.9원의 환율 종가가 표시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무역적자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스1]

원화가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7.3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55.1원까지 밀리며 전날 장중 연저점(달러당 1352.3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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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긴축 기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용 등의 경제 지표 호조로 Fed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 기대는 옅어지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달러 강세를 부르는 긴축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를 끌어내린 건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무역적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무역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운 건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다. 전 세계적인 수요 약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7.8% 줄었다. 한국 수출의 흐름을 가늠하는 ‘카나리아’와 같은 반도체의 수출 감소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한은은 ‘8월 금융·경제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당분간 무역수지는 높은 국제유가, 주요국 수입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 둔화가 지속하면서 적자 흐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 환경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31~2일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드스트림1’ 가동을 중단했다. 시설 정비라는 핑계를 댔지만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는 에너지 대란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중국이 인구 2100만 명이 사는 서부 중심 도시인 청두를 폐쇄한 것으로 이날 알려지며 중국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재점화했다.

모두 달러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전날보다 0.37% 오른 109.067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달러 강세로 엔화 가치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장중 달러당 139.69엔까지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40엔에 바짝 근접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에너지 대란은 결국 한국의 에너지 수입 단가를 올리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긴축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원화가치가 달러당 140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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