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서열’ 3위 리잔수, 이달 방한 예정…한·중 정상회담 논의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리잔수

리잔수

리잔수(栗戰書·사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공식 초청으로 오는 15~17일 방한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아 ‘패싱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급의 리 위원장은 만날지 주목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지난달 아시아 순방 일정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펠로시 의장과 달리 리 위원장의 방한은 국회의장의 공식 초청 일정”이라며 “이번엔 의장실 차원의 외교 의전 등 예우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김 의장과의 회담 외에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측이 윤 대통령 예방 일정을 조율한 뒤 방한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실과 전인대 측은 리 위원장의 방한 일정을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는 윤 대통령이 19~20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방한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유엔 총회 참석 요청을 받았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경우에 따라 리 위원장 방한 일정이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다음 달 16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전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미·중 갈등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리 위원장을 만나든, 만나지 않든 정치·외교적 부담을 안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은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로 대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리 위원장과 만날 경우 펠로시 의장 방한 때의 대우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 경쟁 전선을 확대하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외교적 부담과 함께 윤 대통령의 지지층인 보수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리 위원장을 만나게 될 경우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승리’라는 프레임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 2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성격이자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협력 강화 목적이지만,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 상무위원장은 한국 국회의장 격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에 이어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다. 방한이 성사되면 중국 상무위원장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장더장(張德江) 전 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