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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종부세 완화 반쪽 합의, 이러고 ‘민생’ 외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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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정쟁 구태 일삼다 데드라인 넘겨

1주택 특별공제 불발, 9만여 명 납세 혼란

여야가 1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종부세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시적 2주택자 10만 명과 고령자·장기보유 종부세 납부 유예자 8만4000명 등 최대 40만 명이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종부세 부과 기준선(11억원)을 14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해 ‘반쪽 합의’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101만7000명으로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부과액도 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급등했다. 평생 거주한 집 한 채를 가진 은퇴자·고령자가 느닷없이 종부세 대상이 돼 많게는 수천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고통에 시달렸다.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세금폭탄’이나 다름없는 징벌적 부동산세 완화 여론이 들끓는 상황인데도 여야는 종부세 완화 논의의 첫 관문인 조세소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지난여름 내내 공전을 거듭했다. 위원장 자리다툼으로 시간을 끌다 종부세 안내서 발송 데드라인(8월 31일)을 하루 넘겨 반쪽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래 놓고 ‘민생’을 외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조세위원장을 맡아 온 관례를 들어 위원장 자리 탈환에 집착하다 시간에 쫓겨 ‘반쪽 합의’라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신세가 됐다. 대선 때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다가 야당이 되자 입장을 뒤집어 ‘분풀이성 발목잡기’로 일관한 민주당의 책임은 더욱 크다. 그제 민주당 대표에 선출된 이재명 의원부터 3·9 대선 때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인상이 과도해 화가 난다”며 일시적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 배제 등을 약속하지 않았나. 그랬던 사람들이 야당이 되자 자신들이 집권한 5년간 급증한 세 부담을 바로잡기 위한 한시적 조치에 ‘부자감세’란 해묵은 프레임을 씌우며 딴지를 건 것이다. 국민의힘이 종부세 부과 상향선을 기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절충안을 냈음에도 민주당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을 요구하며 충돌을 거듭했다.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여야는 1일 일단 종부세법 개정안부터 처리하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올해 안에 집행할 수 있게 합의 처리키로 봉합했다. 그러나 이 다짐이 실현돼도 특별공제 기준선(공시가 14억원) 상향 시 종부세를 면제받는 1주택자 9만3000명은 현 기준선(11억원)에 따라 종부세를 낸 뒤 환급을 받는 불편을 겪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국정에 협조할 건 협조하겠다”고 했다. 대선 당시 의견이 같았던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도 합의하기 어렵다면 앞으로 무슨 협조, 무슨 협치를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