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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외교 총력전으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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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차 본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01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차 본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01

한·미 FTA 위반 명백하지만 제소보단 대화로

미국은 ‘글로벌 전략동맹’이 뭔지 보여줘야

정치권과 재계를 비롯한 나라 전체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이라는 국익 훼손 우려에 마음을 모았다는 점이 반갑다.

국회는 1일 본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재석 261명 중 찬성 254명으로 가결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한국산 차량을 제외한 IRA에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1일 IRA에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법 적용 면제를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상무부 등 5개 부처와 미국 의회 등에 보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서한에서 “IRA가 한국산 전기차에 차별적 조처를 하면서 한국 기업이 입을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초기 단계인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공급을 감소시켜 결국 미국 소비자의 비용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한·미 FTA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자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조치는 보조금 등에서 상대국을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다는 한·미 FTA의 ‘내국인 대우’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창양 장관도 인정했다. 하지만 양국 협의가 중요한 상황에서 미국과 FTA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할 수는 없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WTO 제소도 실익이 없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의회를 설득해 IRA를 고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시행령 등을 개정해 법 적용을 탄력적으로 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테면 미국 안에서의 최종 조립이 세금 감면의 조건인데, 2025년 현대차의 미국 공장 건설 전까지 마지막 일부 조립 절차를 미국에서 하면 최종 조립으로 인정받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한국은 고민 끝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결정했다. 지금과 같은 혼란은 IPEF 논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미국이 이 문제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곧 기업이라고 했다. 그 말 그대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차별당하지 않도록 민간과 함께 외교 총력전을 펴야 한다.

미국은 전기차 이슈가 개별 한국 기업의 문제를 넘어선 한·미 동맹 신뢰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양국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경제 동맹에서 기술·가치까지 공유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선언했다. 한·미 동맹의 실체를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