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배민은 안 올렸다는데 치솟는 배달비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줄 알았던 배달비가 천정을 뚫고 더 치솟고 있다. 올 상반기 주요 배달 중개 플랫폼(배달 애플리케이션)이 프로모션을 줄이면서 배달비가 급등한데다가, 최근에는 업주들이 물가상승 등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소비자와 분담하던 배달비를 소비자가 더 많이 내도록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주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집에서 중식을 시키려다 깜짝 놀랐다. 기존 3000원 수준이었던 배달비가 5000원으로 올라서다. “짜장면 한 그릇에 7000원인데 배달비가 너무 올라 배보다 배꼽이 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배달료 인상은 수도권에서는 더 뚜렷하다. 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새 주말 점심 시간대(낮 12시~오후 3시)에 배달비를 올린 식당이 28.3%나 됐다. 지난달 13일 서울 25개 구(구별 2개 동)에서 주요 배달 앱별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평균 인상 가격은 887원이었다. 같은 기간 배달비를 내린 업체는 3.5%에 그쳤다.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은 46%가 올랐다. 요기요 익스프레스(40%)도 비슷하다. 쿠팡이츠에서는 4000원 오른 업체도 있었다.

같은 조건에서 배달을 시켜도 앱에 따라 배달비가 차이 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가감시센터는 “같은 거리인데도 배달비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전체중 92.1% 였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배민1은 배달비 6000원(업주와 소비자 분담)이 책정돼 있고, 일반 배달은 배달비를 업주가 자율·개별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정한 6000원은 올 3월부터 변동이 없는데 이 금액을 소비자와 얼마나 분담하는지는 업주가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그간 업주가 3000원, 고객이 3000원을 부담하게 했다가 업주가 2000원, 고객이 4000원 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이츠 측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가맹점주들이 정한다”고 말했다. 요기요 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기본 배달요금은 2900원(1.5㎞)으로 정액 청구되고, 거리가 그 이상이면 구간별로 추가 수수료를 적용한다”며 “자체적으로 배달요금 할인 프로모션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 중이라 금액은 (지역별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음식점주들이 최근 들어 고객의 배달비 분담률을 높일지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동구에서 족발집을 하는 이기백(62)씨는 “그동안 배달비를 거의 다 우리가 부담해왔는데 이제는 고객 부담 액수를 올릴지, 아니면 메뉴 가격을 올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식재료값은 다락같이 올랐는데 음식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니, 배달비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이씨는 “더구나 비 오는 날은 배달비가 10% 할증되니 3만원대 음식은 차라리 팔지 않는 게 나을 정도”라며 “그렇다고 배달비를 올리면 주문이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업주 입장에서는 배달 거리가 먼 주문이 들어와도 울상이다. 이럴 때는 주로 부릉·바로고·생각대로 같은 배달 대행 업체들에 맡기는데 가격이 제각각이어서다.

배달기사(라이더)들도 수입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달 앱이 기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그대로인데 최근 들어 (배달 주문이 줄어) 배달 콜 자체가 급감했다”며 “배달 앱들의 프로모션도 기대할 수 없게 돼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새 자영업자들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인데 배달비 뿐 아니라 배달앱에서 식당이 잘 보이게 써야 하는 광고료 등도 점주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물가감시센터는 제각각인 배달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