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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조성진의 ‘쇼팽’…청중 7000명 숨죽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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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지난달 31일 밤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 야외공연. 청중 매너도 돋보였다. 악장 간 박수 등이 들리지 않았고, 다들 연주에 집중하고 경청했다. [사진 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지난달 31일 밤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 야외공연. 청중 매너도 돋보였다. 악장 간 박수 등이 들리지 않았고, 다들 연주에 집중하고 경청했다. [사진 크레디아]

지난달 31일 밤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매표 경쟁)으로 유명한 조성진(28)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픈 직후 7000여석이 매진됐다. 네이버TV 생중계 관람권(2만원)도 5000장이 팔렸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 김한(25)과 함께한 프랑스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통통 튀는 밝은 색채감과 그 뒤에 잔영 같은 미묘한 우울함이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예원학교 후배인 김한의 능란함과 프랑스 음악을 장기로 하는 조성진의 날렵한 센스가 돋보였다. 이어진 거슈윈의 프렐류드 1번에서도 두 연주자는 맞아 떨어지는 호흡으로 재즈와 블루스의 재기발랄함을 펼쳤다.

쇼팽 협주곡 2번과 1번은 크레메라타발티카와 함께했다. 그사이에 위치한 2부 첫 곡 쇼팽 녹턴 Op.62-2는 조성진 없이 빅토르 키시네가 편곡한 현악 합주 버전으로 연주했다. 조성진은 2017년 발티카와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협연했고 2018년 독일에서 함께 연주했다.

20여명 현악 앙상블의 연주는 관악기가 첨가된 원 편성과 달리 단출한 느낌이었다. 두 피아노 협주곡 모두 예브게니 샤를라트가 편곡한 악보를 썼다. 목관악기, 금관악기, 팀파니가 빠지면서 관악기로 익숙한 부분을 첼로 등이 처리하는 대목은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조성진의 피아노가 부각됐다. 특히 야외 공연에서 피아노의 여린 피아니시모가 들린 건 흔치 않은 체험이었다.

음향을 담당한 톤 마이스터 최진은 “스피커와 연주자 위치 선정에 공을 들였다”며 “있는 듯 없는 듯한 음향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아레나형인 연세대 노천극장의 장점을 살리려는 시도였다. 그는 “리허설 때 예상했던 잔향과 많이 달라 공연 시작부터 보정에 들어갔다”며 “악기 자체의 자연스러움을 살리다 보니 확성을 덜해 전체적으로 음량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조성진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바르샤바에서 연주했던 협주곡 1번은 훨씬 더 여유로웠다. 조성진이 “쇼팽이 작곡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했던 협주곡 2번 2악장은 이날의 백미였다. 탁 트인 밤하늘과 어우러져 낭만적으로 퍼져갔다. 앙코르는 드뷔시 ‘달빛’이었다.

이날 청중의 매너도 돋보였다. 악장 간 박수나 벨 소리 등이 들리지 않았다. 연주에 집중하고 경청하는 태도는 여느 음악홀보다도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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