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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무역적자에…원화값 또 연저점, 1달러=1354.9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원화 가치가 전날보다 17.3원 떨어진 1354.9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1일 원화 가치가 전날보다 17.3원 떨어진 1354.9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원화 가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7.3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55.1원까지 밀리며 전날 장중 연저점(달러당 1352.3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긴축 기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도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용 등의 경제 지표 호조로 Fed가 통화 정책의 방향을 틀 기대는 옅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를 부르는 긴축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를 끌어내린 건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무역적자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8월 무역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운 건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다. 전 세계적인 수요 약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7.8% 줄었다. 2020년 5월 이후 2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국 수출의 카나리아'와 같은 반도체 수출의 감소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 분기 대비)도 0.7%를 기록했다.

한은은 8월 금융·경제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당분간 무역수지는 높은 국제유가, 주요국 수입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 둔화가 지속하면서 적자 흐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외 환경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31일~2일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드스트림1’ 가동을 중단했다. 시설 정비라는 핑계를 댔지만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는 에너지 대란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중국이 인구 2100만명이 사는 서부 중심도시인 청두를 폐쇄한 것으로 이날 알려지며 중국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재점화했다.

모두 달러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전날보다 0.37% 오른 109.067을 기록했다. 종가기준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달러 강세로 엔화가치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장중 달러당 139.69엔까지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40엔에 바짝 근접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에너지 대란은 결국 한국의 에너지 수입 단가를 올리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긴축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원화 가치가 달러당 140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 시장도 이날 몸살을 앓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93%포인트 오른(채권값은 하락) 연 3.778%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17일(연 3.745%) 기록한 연고점을 경신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2011년 8월 3일(연 3.8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국고채 1년·2년·5년·10년·30년물 금리가 모두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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