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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상 그 후…"한일전이 고비, 내년엔 세계 정상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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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의 최지환(왼쪽)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한 뒤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의 최지환(왼쪽)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한 뒤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올해 '강(아시아)의 왕'이 됐으니 내년엔 '바다(세계)의 왕'이 되겠습니다." 한국 남자 핸드볼 청소년 대표팀이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이들은 여세를 몰아 1년 뒤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 남자 18세 이하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끝난 2022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26-2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5년과 2014년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센터백 최지환이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골키퍼 김현민은 결승전 MVP와 대회 베스트7에 뽑혔다.

대표팀을 이끈 장인익 감독은 "8년 만의 우승이라 정말 기쁘다. 선수들이 7월 말부터 40일 넘게 합숙하며 훈련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그동안 고된 훈련을 하느라 힘들었던 선수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의 김현민(왼쪽)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한 뒤 결승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의 김현민(왼쪽)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한 뒤 결승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한국 핸드볼이 기다리던 희소식이다. 남자 대표팀은 최근 수년 간 아시아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바레인,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성장세에 밀려 번번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올해 역시 성인 대표팀이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에서 5위에 머물렀고, 20세 이하 대표팀도 7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을 5위로 끝냈다.

고교생으로 구성된 18세 이하 대표팀은 달랐다. 한국은 예선 리그에서 이란, 바레인, 인도,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숙적 일본마저 23-21로 물리쳤다. 감독과 선수가 모두 최대 고비로 꼽은 경기다. 장 감독은 "한일전이 가장 힘들었다.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을 잘 이겨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회 MVP 최지환은 "4강전인 데다 한일전이어서 무게감이 상당히 컸는데, 모두 잘해냈다. 당연히 이겨야 할 경기를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결승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올라온 이란과의 리턴 매치였다. 한국은 그물망 같은 수비와 한 수 위의 스피드를 앞세워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전반 21분께 10-9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최지환과 김현민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달아났다. 전반 막바지에는 공격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면서 14-11로 3점 리드를 확보했다.

한국은 후반 시작 1분 만에 손민기의 7m 드로를 강륜현이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전반의 기세를 이어갔다. 후반 12분 쯤에는 김현민의 선방, 강륜현의 득점, 김재권의 스틸에 이은 득점으로 21-14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승기를 잡아 6전 전승으로 완벽한 우승을 일궜다.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한 뒤 태극기를 함께 펼친 채 환호하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한 뒤 태극기를 함께 펼친 채 환호하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최지환은 "탄탄한 수비가 우승 비결인 것 같다. 1대 1 속공으로 빠르게 경기를 풀어간 게 주효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결승전 MVP가 된 골키퍼 김현민도 "우리는 수비와 속공으로 단단해진 팀"이라며 "동료 선수들과 오랫동안 열심히 한 끝에 아시아에서 가장 잘 하는 팀으로 인정 받아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 핸드볼은 최근 남녀 고교생 선수들의 활약 속에 국제 경쟁력 회복의 희망을 키우는 모양새다. 앞서 여자 18세 이하 대표팀이 지난달 11일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비유럽 국가 사상 최초로 우승하면서 '리틀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디딤돌을 놓았다.

이어 20일 만에 남자 18세 이하 대표팀이 아시아 최강의 명예를 회복했다. 2014년 우승팀인 한국은 2016년 3위로 떨어졌고, 2018년 대회에선 조별리그 이란전 도중 고의 패배 논란에 휩싸여 실격패했다. 하지만 2020년 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뒤 4년 만에 다시 나선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들고 금의환향하게 됐다.

한국은 이제 카타르와 바레인(이상 2회 우승)을 밀어내고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최다 우승팀으로 기록됐다. 남자 청소년 대표팀은 내년 다시 소집돼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한다. 김현민은 "올해 '강의 왕'이 됐으니 내년엔 '바다의 왕'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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