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사태’를 맞아 연일 튀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의원은 요즘 새 비대위 구성과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주장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사실상 등을 돌린 상태다. 그는 지난달 30일 “새 비대위 구성은 옳지 않다”고 입을 열더니, 다음날 “(이준석 전 대표 추가 징계를) 저는 반대했다. 이 전 대표가 1월 전당대회 출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에는 윤핵관 논란을 꼬집었다. 안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가 자신을 ‘1등 공신’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인 스스로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도 싫다”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패거리로 규정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식의 갈라치기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쓴소리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안 의원은 30일 “저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며 “민심과 싸워 이긴 정권은 없다”고 말했다. 26일 당 연찬회에서는 “국민과 한 약속인 특별감찰관을 당에서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는 등 명실공히 윤 대통령측과 원팀이었다. 6월 분당갑 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한 뒤에는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계 인사들과 거리를 좁히며 정치 보폭을 넓혔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등이 “간장 연대(간철수+장제원 연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랬던 안 의원이 최근 왜 윤핵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일까. 안 의원은 “개인적인 이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민심에 따른 의견을 말한 것”(1일)이라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안 의원이 자신만의 색깔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안 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안 의원이 윤핵관에 가려 색깔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윤핵관과 손잡은 안철수가 아니라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친윤계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윤핵관에만 기대서는 당권 도전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당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다음 대표의 정치 생명은 결국 총선 승리 여부에 달렸는데, 안 의원은 ‘윤핵관 논란’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총선 승리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너에 몰린 윤핵관과 선을 긋고, 민심 회복에 앞장서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다른 당권 경쟁자들보다 20·30세대나 여성 표심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인다는 판단에 따라 안 의원이 ‘마이웨이’를 선언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 전 대표 징계와 윤핵관 논란이 부각돼 정부·여당에 대한 젊은 층 지지가 빠진 상황에서, 안 의원이 강점을 내세워 당내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안 의원 측은 “이 전 대표 추가 징계나 전당대회 배제를 반대하는 것도 충분히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며 “이 전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20·30세대 여론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안 의원은 그가 최근 젊은 층 여론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1일 이 전 대표에 대해 “민심이 떠난 사람은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선출될 수 없다”고 박한 평가를 했다.
또 차기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가 선전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도 안 의원의 튀는 행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안 의원의 ‘변신’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친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위기의 순간이 닥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픈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며 “위기가 수습되고 나면 기회주의적 행동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권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은 30일 “적당히 눈치 보며 뒤늦게 의총 결과를 뒤집는 발언”이라고 안 의원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