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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보고서 “대만 침공 때 주한미군 '불편한 현실'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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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의 산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주한미군을 포함한 역내 미 지상군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내놨다. 이는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수 있도록 “역할 확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미 연합훈련 1일 종료…북 도발 재개할 수도

최근 미 의회 내에서 “대만 방어에 한반도 내 병력을 동원하는데 한국 정부가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의가 나오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이같은 보고서가 나왔다. CRS 보고서는 미 의회가 정책ㆍ법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참고하는 자료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야외기동연습에서 주한미군 팔라딘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야외기동연습에서 주한미군 팔라딘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CRS가 지난달 30일 갱신한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미 지상군: 의회를 위한 배경과 이슈’ 보고서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역내 미 지상군의 역할에 대해 “이 지역에서 교전이 시작될 경우 지상 전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 상황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미국은 대만에 의미 있는 주둔군을 두지 않고 있으며 상호 안보협정도 맺지 않았다”며 “대만의 지리적 위치와 중국 본토와 근접성, 모호한 안보 공약을 고려할 때 미 지상군의 역할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클린 슈나이더 후버연구소 연구원의 표현을 빌려 “미 육군은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발발할 경우 ‘불편한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상태로는 대만 유사시 미군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현재로선 미국의 의사 결정자들은 중국-대만 충돌 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대만군에 자문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미 지상군이 대만을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포함한 ‘영토 방어 또는 탈환’으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재 미국의 능력을 넘어서는 작전으로 보인다”고 한계를 밝혔다.

지난달 30일까지 강원도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된 여단급 KCTC 훈련에 참가한 육군25사단과 한미연합사단 장병들이 마일즈 장비 점검 및 영점획득을 위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30일까지 강원도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된 여단급 KCTC 훈련에 참가한 육군25사단과 한미연합사단 장병들이 마일즈 장비 점검 및 영점획득을 위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역내 최대 규모의 지상군인 주한미군(2만 2000명)의 역할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상 전투 병력이 제한돼 있으며, 필요하다면 미 본토에서 추가 지상군을 배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 지상군의 역할 확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된 것과 맞물려, 최근 미 의회 내에선 이같은 역할 분담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최근 한 청문회에서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공화당)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미군이 대만 보호를 위해 병력을 한국에서 동원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질의하면서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역내 전력이 충분치 못한 미군의 현실을 볼 때 이같은 경향성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며 "한국 정부 입장에선 공론화되는 것조차 매우 부담스럽지만,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 주한미군의 직접적인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물밑 협상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UFS 종료…북 동향 예의주시

한편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후반기 한ㆍ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은 1일 종료한다. 한ㆍ미 군 당국은 지난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연합 야외 기동훈련을 갖는 등 “실전적인 전구급 전쟁연습을 정상 시행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미뤘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이번 연습 기간 실시했다. 이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를 한국군이 지휘하는 수행능력 평가 3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한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야외기동연습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 지휘관들이 전차 기동과 사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야외기동연습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 지휘관들이 전차 기동과 사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3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ㆍFMC) 검증까지 마쳐도 곧바로 전작권이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수행능력 평가는 한ㆍ미가 합의한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등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한ㆍ미 양국의 정치적인 판단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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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연합훈련 종료 이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는 등 군사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7차 핵실험도 언제든 강행할 수 있게 준비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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