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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불임 유발 '불멸의 물질' 국내 대기 첫 검출…동네 10곳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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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미시간 주 워츠스미스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견된 거품.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이 거품 댐으로 유입되면서 문제가 됐다. 2018년 6월에 촬영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미국 미시간 주 워츠스미스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견된 거품.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이 거품 댐으로 유입되면서 문제가 됐다. 2018년 6월에 촬영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 혹은 '불멸의 물질'로 불리는 과불화 화합물이 국내 대기 중에서도 검출됐다.
일부 지점의 오염도는 외국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돼 오염 원인 파악과 저감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환경부에 제출한 '2021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측정망 설치·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8개 조사지점 중에서 과불화(過弗化)화합물인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은 10곳에서, 과불화옥탄산(PFOA)은 36곳에서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에 속하는 일부 물질은 불임이나 어린이 발달 장애, 암 발생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환경부 대기 모니터링에선 첫 검출

환경부가 모니터링한 두 가지 과불화화합물의 분자 구조. 탄소 골격에 불소(F) 원자가 결합돼 있다.

환경부가 모니터링한 두 가지 과불화화합물의 분자 구조. 탄소 골격에 불소(F) 원자가 결합돼 있다.

환경부가 2013년 이후 대기·물·토양 등에서 두 가지 과불화화합물 오염을 모니터링을 계속했지만, 대기 중에서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잔류성 오염물질 공정시험 기준'이 개정되면서 분석 방법의 검출 한계가 ㎥당 1㎍(마이크로그램, 1㎍= 100만분의 1g)에서 5 pg(피코그램, 1pg=1조분의 1)으로 변경되면서 '불검출' 판정 기준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측정치가 1㎍/㎥ 미만이면 불검출로 처리했는데, 지난해 조사부터는 5pg/㎥ 이상이면 검출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PFOS의 전국 평균치는 6.684 pg/㎥로 산출됐다. 평균치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홍콩(7pg)·일본(4.1pg)의 측정치와 비슷했지만, 최대치는 인천 남동구 고잔동이 연평균 116.529 pg으로 홍콩(22.8pg)·일본(7.8pg)보다 훨씬 높았다. 고잔동의 경우 겨울철 조사에서는 168.944 pg을 기록했다.

서울·부산·울산 등지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았으나, 대구 만촌동과 인천 서구 석남동·숭의동, 광주 송정동, 대전 유성구 구성동,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시흥시 정왕동, 충북 청주 사천동, 경북 구미 공단동의 공기에서 PFOS가 검출됐다.

PFOA의 경우 지난해 평균치는 11.486 pg/㎥였고, 최댓값은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27.994 pg/㎥였다. 겨울철 측정에서 만촌동은 39.993pg/㎥를 기록했다. PFOA가 검출되지 않은 곳은 충남 공주 고당리와 전남 여수 중흥동 2곳이다.
PFOA 평균치와 최댓값은 일본(평균 14pg, 최대 46pg)과 홍콩(평균 15.7pg, 최대 38.1pg)과 비슷했지만, 노르웨이(0.1~0.28pg)에 비해서는 높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마이클 리건 국장이 지난해 10월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의 한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마이클 리건 국장이 지난해 10월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의 한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연간 환경기준치로 PFOS에 대해서는 1만 pg/㎥, PFOA에 대해서는 5000 pg/㎥를 기준치로 제시하고 있는데, 국내 오염도는 이보다는 훨씬 낮았다.

물에서도 PFOS는 첫 공식 검출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물 시료에서도 검출 한계 변경 때문에 지난해 처음으로 PFOS가 검출됐다. 지난해 36개 지점 중 4곳에서 검출된 PFOS 평균 농도는 L당 0.789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이었고, 영산강 나주교 지점에서 가장 높은 8.355 ng/L이 검출됐다.

2020년 이전에도 물 시료에서 검출됐던 PFOA의 경우 지난해 13곳에서 검출됐고, 평균 농도는 5.2 ng/L였다. 안성천 하구언(48.846ng/L)이 가장 높았고, 낙동강 수계 금호강 지점에서도 42.789ng이 검출됐다.

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2종의 농도는 일본이나 홍콩에 비해서는 낮은 값을 보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수돗물에 대해 감시 항목으로서 PFOS와 PFOA에 대해 각각 70ng/L의 권고 기준을 잠정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스톡홀름 협약에서 2종 규제

과불화화합물을 생산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 인근의 한 공장 시설. AP=연합뉴스

과불화화합물을 생산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 인근의 한 공장 시설. AP=연합뉴스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 중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형태의 물질로서, 과불화화합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4000종 혹은 7000종이 넘는 다양한 물질을 포함한다. 과불화화합물은 안정한 구조로 인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 되는 특성 때문에 산업계에 널리 사용됐다.

주로 의류·카펫·가구·신발·광택제·소방약제·세척제·살충제·페인트·니스·왁스·인화지·컬러프린터·복사기·항공기·금속도금 등에는 물론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에도 사용됐다. 특히 프라이팬·냄비 등의 불소 수지 코팅에 사용되기도 한다.

과불화화합물의 유해성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인 스톡홀름 협약에서는 PFOA와 PFOS를 규제 물질로 등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매사추세츠 주에서 은퇴한 현역 소방관 15명은 24개 회사를 상대로 해당 회사에서 제조한 장비와 소방용 거품에 들어 있는 이른바 '영원한 화학 물질'이 자신들의 암 진단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진행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 주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매사추세츠 주에서 은퇴한 현역 소방관 15명은 24개 회사를 상대로 해당 회사에서 제조한 장비와 소방용 거품에 들어 있는 이른바 '영원한 화학 물질'이 자신들의 암 진단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진행했다. AP=연합뉴스

PFOS는 글로벌 화학물질 제조사인 3M에서 개발했고, 직물·가구·카펫에 얼룩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코팅제의 일종으로 사용됐다. 금속을 도금할 때나 소방용 거품(foam) 형태로 화재 진압 때도 사용된다.

2009년 스톡홀름협약에 제한 물질로 등재됐고, 사용을 감축하고 궁극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허가받은 특정 목적을 제외하고는 생산과 사용을 금지됐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관리를 시작했다.

PFOA는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보다는 주로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PTFE), 합성섬유(고어텍스) 등으로 사용됐다.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체내 혈장 단백질 등과 결합해 농축되는 경향이 있다.
2019년 스톡홀름협약에 생산과 사용을 근절해야 하는 근절 물질로 등재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관리를 시작했다.

"사용 금지돼도 모니터링은 필요"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팀장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국내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분석 및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팀장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국내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분석 및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톡홀름 협약 규제물질. 자료: 한국환경공단 보고서

스톡홀름 협약 규제물질. 자료: 한국환경공단 보고서

한편, 스톡홀름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의 경우 텍사스·뉴욕·미시간 등 일부 주에서 PFOS와 PFOA에 대한 환경 기준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환경청(EPA)도 8월 26일 PFOS와 PFOA를 유해 화학물질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연구과 김현정 연구관은 "PFOA의 경우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사용이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용이 금지되면서 오염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오염 수준이나 추세를 확인하고, 장기적으로는 위해 수준을 반영해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환경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살충제 DDT처럼 과불화화합물은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에 오래 잔류해서 지속해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항구도시 앤트워프 근처에 있는 다국적 기업 3M의 공장. 이 공장 주변에서 발견된 과불화화합물 오염으로 인해 수년 간 논란이 됐는데, 지난 7월 6일 공장 측에서 5억 7100만 유로(약 7664억 원)을 지불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해결됐다. 3M은 공장 근처에서 검출된 높은 농도의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부인해 왔다. AFP=연합뉴스

벨기에 항구도시 앤트워프 근처에 있는 다국적 기업 3M의 공장. 이 공장 주변에서 발견된 과불화화합물 오염으로 인해 수년 간 논란이 됐는데, 지난 7월 6일 공장 측에서 5억 7100만 유로(약 7664억 원)을 지불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해결됐다. 3M은 공장 근처에서 검출된 높은 농도의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부인해 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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