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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아닌 실무진만…이런 물갈이 처음 본다" 커지는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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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실 신임 정무비서관에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유력하다고 31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국장이 상당히 유력하다. 거의 내정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당직자 출신인 그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전략기획팀장을, 이어 박근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선임행정관 등을 지낸 전략통이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보좌관도 맡았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제부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국장은 보수의 책사, 숨은 제갈량으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라며 “대통령에게 객관적인 조언자의 역할도 마다치 않을 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 내에선 그가 지난 8월 7일 인터넷 언론에 쓴 ‘장경상 칼럼- 윤 대통령 바뀔까? 네 갈래의 길’이란 글이 새삼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이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외면한다면, 그것은 대통령 취임선서에 반하는 직무유기’라거나 ‘지금 윤 대통령이 싸울 상대는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 같은 말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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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항만물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항만물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인선 여부와는 별개로,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하 실무진들에 대한 감찰과 물갈이에 대한 반발 기류는 더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행정관은 중앙일보에 “이런 방식의 물갈이는 처음 본다”며 “물갈이라는 게 윗선을 치면서 밑의 사람을 지키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수석들은 남고 실무진은 제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행정관도 "국민이 볼 때 비서관급이나 행정관들 교체가 인적 쇄신으로 보이겠냐”고 말했다.

실무진의 불만이 커지는 데엔 대통령실 인적 쇄신의 명목이 주로 '보안 문제'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기자들과 통화 하지 말라는 기자접촉 금지령이 떨어졌다”며 “안에선 보안 공포증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한 비서관실 방 안으로 느닷없이 들어가 문을 닫아버려 다들 기겁을 했다”며 “다행히 정책 관련 문의를 한 것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가 윤 대통령 내외의 나토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이 문제가 사적 채용 논란으로 번지면서 관련 감찰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어 '용산 집무실 앞 집회 분석', '윤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 등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감찰 범위가 한층 확대됐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감찰을 두고 ‘윤핵관(윤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솎아내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기본적으로 용산 내부 정보가 여의도 정치인들에게 새나가고 있다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부산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부산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실무진들을 주 타깃으로 한 대통령실 물갈이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최근 면직된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의 경우, 그가 과거 몸담았던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이날 “무능한 정치인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시민사회수석실은 임 비서관을 포함해 비서관 5명 중 3명이 용산을 떠났지만 강 수석은 남은 상태다.

정무수석실도 마찬가지다. 이진복 수석은 잔류한 채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정무2비서관실은 비서관 이하 7명 중 비서관과 선임행정관 등 4명이나 교체됐다. 이런 가운데 경 비서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설거지 거리가 담긴 싱크대 사진과 함께 “그릇을 씻으면 마음도 씻기겠죠”란 글을 적어 여러 해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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