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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김용화·강제규…천만 영화 감독들 국회 달려간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3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에 화상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DGK]

3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에 화상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DGK]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로부터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을까. 영화감독들이 요구해온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 토론회에는 김한민(‘명량’ ‘한산’), 김용화(‘신과함께 1, 2’), 강제규(‘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천만 감독이 대거 참석했다. 황동혁 감독,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등 영화감독조합(DGK) 소속 감독 상당수도 객석을 채웠다. 민규동 감독과 DGK 공동대표인 윤제균(‘해운대’ ‘국제시장’) 감독이 “영화를 20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감독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다.

미국 LA에서 화상 연결한 박찬욱 감독은 “오랫동안 한국에선 영화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묻는 게 난센스처럼 여겨졌다. 창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제작자가 갖는 게 당연하고, 누가 저작자인지 알 필요도 없었다”며 “함께 의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 영상 창작자, 감독들도 저작자로서 위치를 돌려받고 창작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환영했다.

현행 저작권법 100조는 “특약이 없는 한 영상의 창작자는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해, OTT·방송 등에서 작품을 아무리 틀어도 영상물 감독·작가는 저작권료를 보장받지 못했다. 미국에선 할리우드 노동조합들이 플랫폼과 협상해 창작자들의 저작권료(재상영분배금)를 보장한다. 유럽·남미에선 어떤 형태로든 영화가 상영되면 창작자에게 수익 일부가 돌아가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억 가구 이상 시청한 ‘오징어 게임’의 경우 연출·각본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로부터 합당한 저작권료를 받지 못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스페인의 히트작 ‘종이의 집’ 작가 에스더 모랄레스는 사전 인터뷰에서 “저작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도 방송이나 음악산업에서는 저작권자가 창작물 이용에 비례해 보상받는다. 반면 대부분 공동 저작물인 영상물은 유통 편의를 위해 저작권을 제작사에 넘기는 게 관행이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저작물의 저작자 중 타인에게 그 영상물의 지식재산권을 양도한 자라도, 복제·배포·방송·전송 등의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공중에게 제공하는 자가 그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저작권료가 걷히는데, 관련법이 없는 우리나라는 못 받고 있다”며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이 2020년 징수한 6억2500만 유로(약 8261억원) 중 한국 영상물 저작권료를 총액의 1%라 하면 (개정안 통과 시) 약 82억원이 국내 영상물 제작자에게 분배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감독조합원 500여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연봉은 2000만원에 못 미친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떼어가는 티켓값 3%의 발전기금을 과연 영화산업을 위해 쓰는지도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며 “문화산업의 힘이 막강할 때 진흥하는 것이 안 될 때 진흥하는 것보다 실효성 있고 효과적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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