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전노장 꺾은 권, 다음은 ‘천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달 31일 US오픈 테니스대회 1회전에서 베테랑 베르다스코를 꺾은 권순우. 2회전 상대는 세계 11위 루블료프다. [사진 권순우 인스타그램]

지난달 31일 US오픈 테니스대회 1회전에서 베테랑 베르다스코를 꺾은 권순우. 2회전 상대는 세계 11위 루블료프다. [사진 권순우 인스타그램]

“할 수 있다! 힘내라!”

지난 31일(한국시간)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 경기가 열린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테니스 내셔널센터의 14번 코트.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를 응원하는 뉴욕 교민들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권순우는 경기 내내 관중석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오로지 코트 위 상대 선수의 움직임만 쫓았다. 그가 웃은 건 3시간 16분간의 혈투가 끝난 뒤 승리를 확정한 순간이었다. 우승이라도 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관중석으로 달려가 팬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베르다스코

베르다스코

권순우(세계 81위)는 이날 39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124위·스페인)를 3-1(6-2, 6-7〈4-7〉, 6-3, 6-3)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1983년생인 베르다스코는 2001년 프로에 데뷔해 21년 동안 무려 997경기를 치른 ‘천(千)전노장’이다. 전성기였던 2009년 세계 7위까지 오르며 수퍼스타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과 함께 스페인 테니스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노련한 경기 운영에선 따라갈 선수가 거의 없다는 평가였다.

루블료프

루블료프

권순우가 경기 내내 ‘초긴장 모드’를 유지한 건 바로 베르다스코의 ‘경험’ 때문이었다. 권순우는 최근 메이저 대회 1회전에서 잇달아 탈락했는데, 대부분 유리한 경기를 하다 경험 부족으로 무너졌다. 특히 그는 지난달 윔블던 1회전을 잊지 못한다. 톱 시드의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6위·세르비아)와 맞붙었는데, 1-1로 맞선 3세트 중반까지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후반부에 뒷심이 달려 1-3으로 졌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 1회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당시 세계 7위였던 안드레이 루블료프(현 11위·러시아)와 대결했는데, 권순우는 먼저 첫 세트를 따내고도 역전패했다. 메이저 1라운드에서 연거푸 탈락한 탓에 권순우의 올해 메이저 최고 성적은 2회전 진출(1월 호주오픈)에 그쳤다.

그래도 권순우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 10위권 선수들과의 경기를 기량 업그레이드의 기회로 삼았다. 눈으로 직접 보고 공을 받아내며 정확한 컨트롤 능력과 경기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웠다. 지난달 말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해 오픈 대회를 뛰며 US오픈을 대비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톱 랭커와 경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나는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 이들과의 경기를 통해 쌓는 경험은 수십 경기 이상의 가치가 있다”면서 “이제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 US오픈에선 개인 메이저 최고 성적을 새로 쓰겠다”고 말했다.

권순우 역대 메이저 대회 성적

권순우 역대 메이저 대회 성적

권순우는 이날 베르다스코를 능가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상대가 공격을 퍼부으면 감각적인 드롭샷 등 변칙 플레이로 허를 찔렀고, 승부처와 서비스 게임에선 과감한 포핸드 공격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승리 후 그는 소셜미디어에 “2회전 진출♡”이라며 자축의 글을 올렸다.

권순우의 2회전 상대는 ‘천적’ 루블료프다. 권순우는 루블료프와 3차례 만나 모두 졌다. 3패 모두 올해 당했다. 권순우가 루블료프를 꺾으면 지난해 프랑스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 3회전에 오른다. 3회전은 권순우의 메이저 역대 최고 성적이다. 3회전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려면 오는 2일 루블료프와의 맞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박용국 대한테니스협회 전무이사는 “루블료프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이기에 권순우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상대 선수는 다혈질이라서 경기가 안 풀릴 땐 라켓을 던지는 등 멘털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를 틈타 권순우가 경기를 장악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3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나달은 일본계 호주 선수 린키 히지카타와 3시간 7분 접전 끝에 3-1(4-6, 6-2, 6-3, 6-3) 역전승을 거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