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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는 나의 힘?…이준석 "정미경, 장제원과 통화 뒤 사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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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9일 대구 달성군청을 찾아 최재훈 달성군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달성군청 제공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9일 대구 달성군청을 찾아 최재훈 달성군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달성군청 제공

이 전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장제원 의원과 여러 차례 통화 후에 정미경 (전) 최고위원 본인은 사퇴하겠다며 단독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고 썼다. 정 전 최고위원의 사퇴 배경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장 의원이 있었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다. 정 전 최고위원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대표에서 사퇴한다고 했다”고 밝히자, 이 전 대표는 “8월 초 상황의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지 모르겠다”며 폭로로 맞대응했다.

이 전 대표의 싸움 방식 중 하나는 폭로다. 상대가 자신을 압박해올 때 과거 있었던 일을 폭로함으로써 전세를 역전하는 전략이다.

이 전 대표의 지난 13일 기자회견도 그랬다. 그는 “누차 그들이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표현을 전해 들었다”, “‘이 새끼, 저 새끼’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자신을 향해 욕설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자신이 ‘내부총질’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선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윤핵관’의 사퇴 회유, 경찰 수사 무마 제안을 폭로한 것이다.

탄원서는 공개 문서는 아니다. 이 전 대표도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를 공개하는 것부터 이례적인데 이걸 두고 ‘폭로’라거나 ‘수류탄의 핀이 뽑혔다’고 말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곧 공개될 것으로 보고 쓴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후 “계속 도발하면 바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누군지) 얘기해야 한다”며 회유 당사자를 폭로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이 전 대표는 과거에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2018년 바른미래당 시절 이 전 대표는 안철수 당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노원병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가 내게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직을 제의하며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권고했다”고 폭로했다. 안 후보가 직접 노원병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안 후보를 압박한 것이다.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 측은 그의 ‘폭로 정치’가 방어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는 원희룡 현 국토교통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며 그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런데 그 시작은 원 장관이었다. 원 장관이 “이 대표가 통화에서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먼저 폭로한 게 발단이었다. 정미경 전 최고위원 관련 폭로도 정 전 최고위원이 먼저 “가처분 인용되면 사퇴한다고 했다”고 폭로한 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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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전 대표의 ‘폭로 정치’가 정치권의 신의를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에 대해 “접촉하는 사람마다 폭로하게 되면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빠진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민심과 당심을 잃는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라고 썼다. 국민의힘의 재선 의원은 “사적으로 만나 한 사소한 말도 나중에 폭로가 된다고 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 나쁜 정치 문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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