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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부산에 왔다구요?"…與의원도 몰랐던 尹의 부산항 방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뭐라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항에 온다구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을 찾은 31일. 부산에 지역구를 둔 세 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부산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모두 이같이 답했다. 정말로 모르는 눈치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지방 행사를 가면 해당 지역의 여당 의원들이 동행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은 예외였다.

尹곁에 與의원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신항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항만 물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지난주 대구에서 열린 규제혁신회의와 달리 이날 행사엔 당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신항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항만 물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지난주 대구에서 열린 규제혁신회의와 달리 이날 행사엔 당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부산신항에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 곁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부산이 지역구인 장제원 의원도 안 보였다. 지난주 대구에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열렸을 때 윤 대통령 바로 곁에 주호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앉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당내 분란을 겪는 여당과 거리를 두는 상징적인 모습”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산신항을 직접 둘러보며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과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부산·경남(PK) 지역을 위한 공약 보따리도 풀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우리 국민들이 한마디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며 “최근 수출 물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에 하반기 수출의 실적 전망은 그렇게 밝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무역금융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350조까지 확대할 생각”이라며 “대중 수출 위축과 높은 에너지 가격, 반도체 수출 감소 등 3대 리스크에 집중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폴란드에 대한 방산 수출과 이집트 원전 수주도 언급하며 “우리 모두 팀코리아로 똘똘 뭉친다면 제2의 해외 건설 붐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며 “초격차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유망 신산업이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되도록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선 “부산에 과학기술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 과학기술 단지가 들어오면 물류비용 절감효과가 클 것”이라며 “부산·울산·경남 중심의 또 하나의 거점을 만들어 국가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행사 직후 법원의 판결로 주 전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행사 직후 법원의 판결로 주 전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주 TK이어 PK찾은 尹 ‘집토끼 플랜’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약속한 공약을 언급하며 현장에 참석한 강석훈 KDB 산업은행 회장에게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산업은행을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개정이 필요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 대통령의 핵심 지역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처음 시작하고 부산을 찾았을 때가 기억난다.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도시, 무역도시로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선거 과정이나 국정을 운영하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30 부산엑스포 유치와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등 주요 현안들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부산 시민과 경남 도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0%대의 낮은 지지율 속에 지난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TK(대구·경북) 민심을 달랬던 윤 대통령이 이번엔 PK를 찾아 재차 ‘집토끼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현장에는 당 관계자들만 빠졌을 뿐 내각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역에선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대통령실에선 최상목 경제수석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해 PK에 대한 윤 대통령의 ‘성의’를 드러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등도 참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전통적인 지지층이 정권 교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계속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뉴스1

지난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뉴스1

대통령실은 이번 추석을 집권 초반 민심의 분수령으로 보고 그 전까지 당과 거리를 두며 민생 행보에 집중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에게 “고돼도 강행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스스로 현재의 혼란을 정리하기 전까진 민생에 집중하며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우동기 위촉=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위촉했다. 경북 의성 출신의 우 위원장은 영남대 총장, 대구 교육감을 지냈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 부위원장도 맡았다. 우 위원장의 임명 역시 윤 대통령의 ‘TK 챙기기’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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