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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웃으며 '잽' 날렸다…대학선배 권성동 때린 '뼈 있는 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첫 회동을 갖고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공통으로 공약한 정책을 조속히 입법화하자는 뜻을 모았다. '중앙대 법대' 동문인 두 사람은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로 ‘민생’과 ‘협치’를 약속했지만, 현안을 두고선 중간중간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권 원내대표가 80학번으로 82학번인 이 대표 보다 2년 선배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권ㆍ이, “공통 공약 추진”…종부세ㆍ예산안엔 신경전

이 대표는 취임 후 예방 차원에서 이날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이 대표를 웃으며 맞이한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우리 대표께서 (수락 연설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말한 걸 인상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69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치 없인 어느 법안ㆍ예산도 처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새 대표가 민생을 강조하고 계시니 앞으로 국회가 순조롭게 풀려나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차원에서 지난 대선 공통공약을 하루빨리 입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환영해줘서 감사하다”며 “국민을 위한 정부ㆍ여당의 정책 추진에는 당연히 협력할 것이고, (정부가) 못하는 게 있으면 저희가 먼저 제안해서라도 할 의사가 있다”고 화답했다. 권 원내대표가 제안한 공통 공약 추진엔 “여야 간 공통공약 추진 기구를 만들어 추진하자”고 화답했다.

이렇게 미소를 띠며 얘기하던 둘은 현안 관련 이슈에선 신경전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공약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여야 간 종부세 협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에는 가급적 협력하라고 이미 얘기했다”며 “그렇다고 권 원내대표께서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을 내진 말라”고 답했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도 바로 반격했다. 정부 예산안과 관련 그는 “서민의 영구임대주택 예산을 5조6500억원 삭감했는데 그렇게 하면 그분들이 갈 데가 없다”, “지역 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했더라”, “노인ㆍ청년 일자리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지나친 것 같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또 “대기업과 슈퍼 리치 감세를 한다는데 그런 것 하지 말고 서민 지원해야 않느냐”고도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민주당 철학과 우리 철학이 다를 수 있다”(권 원내대표)→“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라면서요”(이 대표)→“민주당과 국민의힘 방식 중 어느 게 효과가 있는지는 토론이 필요한 문제”(권 원내대표)라고 설전을 했다.

다만 이어진 약 10분간의 비공개 회동에선 다시 부드러운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박정하 국민의힘 대변인은 “비공개 회담 땐 신경전이 없었다”며 “중앙대 선후배 사이인 두 분이 학교 다닐 때 이야기 등 사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비공개 회동 말미에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국회의원 배지가 아닌 민주당 배지를 착용한 것을 짚으며 “역시 당 대표답다”고 추켜세웠고, 이 대표는 “형수님에게 안부 전해달라”며 웃으며 인사를 했다. 과거 권 원내대표의 부인이 이 대표의 미팅을 주선했던 사이라고 한다.

권 원내대표 예방 후 이 대표는 정기국회 대비 민주당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 우선’이라는 기조 아래 민주당은 실용적 민생개혁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2대 민생입법과제’도 발표했다. 당 정책방향 및 처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과제들이다. ▲전세대출 소득공제율을 80%로 확대하는 ‘서민주거안정법’(소득세법ㆍ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6세 이하 자녀 보육 관련 급여 비과세 한도액을 월 20만원으로 확대하는 ‘출산보육수당확대법’(소득세법 개정안) ▲침수차 환불근거를 마련하는 ‘수해피해지원법’(재난 및 안전관리법ㆍ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2년 정기 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정기 국회 22대 민생 입법 과제·1인 1민생 입법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2년 정기 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정기 국회 22대 민생 입법 과제·1인 1민생 입법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무총장ㆍ정책위의장 인선…범친명계로 꾸려지는 진용  

이 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다만 탕평 인사를 하겠다던 입장과 달리 범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주로 발탁되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론 “겉으로만 중립적인 척, 실제론 친명 인사나 다름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먼저 당의 살림을 도맡는 사무총장엔 이재명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 출신인 조정식 의원(5선)이 임명됐다. 본래 이해찬계지만, 이해찬 전 대표가 물밑에서 이 대표를 지원해오면서 자연스레 친명계로 편입됐다.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전 대표의 조직 ‘광장’을 이 대표 지지조직인 ‘민주평화광장’으로 재편하는 작업도 주도했다. 이 대표 측근 의원은 “사무총장은 ‘믿을 맨’이 필요하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 대표 측근 초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2일 당시 이재명(앞줄 오른쪽 네번째) 경기지사와 조정식(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의원 등 민주평화광장 발기인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필승을 외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5월 12일 당시 이재명(앞줄 오른쪽 네번째) 경기지사와 조정식(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의원 등 민주평화광장 발기인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필승을 외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책위의장엔 김성환 의원(재선)이 유임됐다. 박성준 대변인은 “정책의 연속성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 역시 이해찬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이해찬계라서, 탕평 인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명계 의원실 보좌진은 “당의 정책에도 온통 친명 색깔이 묻을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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