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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전성기 때 아시안컵 손에 쥐자"...한국-카타르 개최 2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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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 전성기 때 한국에서 아시안컵을 손에 쥐자.”

한 네티즌이 1960년 이후 63년 만에 아시안컵 개최와 우승을 염원하며 남긴 글이다. 한국은 2023 아시안컵 유치를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오전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2023 아시안컵 유치신청서를 공식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AFC의 긴급 결정으로 유치신청서 제출 기간이 31일에서 다음달 15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4개 후보국 중 특정 국가에서 준비 기간이 촉박하다며 제출 기간 연기를 요청해 AFC가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 여유가 생긴 대한축구협회는 다음달 15일에 맞춰 유치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원래는 내년 6~7월에 아시안컵을 개최하기로 했던 중국이 지난 5월 코로나19를 사유로 개최권을 반납하면서, AFC가 새 개최지를 찾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월 유치의향서를 낸 데 이어 유치계획서(비딩북), 정부보증서, 경기장과 훈련장 협약서를 준비했다. 유치신청서 제출 기한이 늦춰졌지만, 예정대로 다음달 4~7일 AFC 현장 실사가 진행되며, AFC 집행위원회를 거쳐 10월17일 개최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 권위의 축구대회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와 비슷하게 아시아 대륙 축구 최강자를 가린다. 24개국이 참가해 3주간 우승을 다툰다.

한국은 1956년 초대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1960년 제2회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뒤 60년간 우승도, 개최도 하지 못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30·토트넘)이 동점골을 터트렸지만 연장 끝에 호주에 1-2로 지는 등 준우승만 4차례 그쳤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의 전성기 때 홈에서 아시안컵을 개최해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다. 손흥민이 참가한 3차례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2011년 3위, 2015년 준우승, 2019년 8강을 기록했다.

2019년 1월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한 뒤 쓸쓸한 손흥민의 뒷모습. 연합뉴스

2019년 1월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한 뒤 쓸쓸한 손흥민의 뒷모습. 연합뉴스

한국, 카타르, 호주,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이 유치를 신청했는데, 카타르와 한국 2파전이 예상된다. 올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최신 경기장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오일 머니’를 앞세워 AFC 내 입김도 세다.

카타르 여름 최고 기온은 섭씨 50도에 육박해 아시안컵 개최시기를 2024년 1월로 바꿔야 하는데, AFC는 ‘비딩 프로세스’ 전에 FIFA에 대회 일정을 기존의 ‘2023년 6~7월’과 함께 ‘2024년 1~2월’도 승인 받았다. 직전 아시안컵은 2019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가 개최했는데, AFC 규정상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지역 순환제는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정성적 요소를 어필할 수 있다. 지역 순환제는 없지만 지역 안배 차원에서 개최 명분이 앞선다. 다음 2027년 아시안컵 개최국 유력 후보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히는데, 2019년부터 UAE→카타르→사우디 등 중동국가가 3회 연속 개최한다면 아시아 축구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만약 카타르가 개최해 대회가 1~2월에 열린다면, 한창 시즌 중인 유럽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줄지도 미지수다. 유럽파 합류는 대회 흥행에 중요한 요소다. 반면 한국은 6~7월에 기존 일정대로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정섭 대한축구협회 경영본부장은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며 홈팬들의 열기를 증명했다. 아시아 축구 큰 틀에서 흥행과 붐업을 고려하면 한국 개최가 이로운 점이 많다. 누적시청자와 방송시간 등을 따진 아시아 미디어 파워 톱5에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들어있다. 시차상 한국에서 야간 경기를 해도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데이 타임’에 볼 수 있다. 케이 컬처(한국문화)와 결합해 아시아인들 관람 수요가 대회 흥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국 인도네시아는 내년 5월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연거푸 아시안컵을 유치하는 게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호주도 내년 7월 뉴질랜드와 함께 FIFA 여자월드컵을 개최해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호주는 가깝게 7년 전 아시안컵을 개최하기도 했다. 결국 ‘인프라와 오일머니를 앞세운 카타르냐, 동아시아 지역 흥행 열기에 유리한 한국이냐’ 싸움 구도다.

지난 6월2일 한국-브라질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국이 포기한 아시안컵을 개최해보자”고 제안하자, 윤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라”고 화답했다. 지자체 신청이 이어졌고 대한축구협회는 10개 도시, 10개 경기장으로 유치신청서를 준비했다.

지난 6월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EPL 득점왕 손흥민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6월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EPL 득점왕 손흥민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다만 한국 입장에서 걸림돌은 있다. AFC는 아시안컵 한 달 전부터 경기장 내 상업시설 운영을 금지하는데, 많은 한국 축구장에는 상업시설이 함께 있다. 각국 운영 손실 보상은 개최국이 책임져야 한다. 경기장 조도를 2500룩스로 맞춰야 하는데, 부합하는 경기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고양종합운동장 2개 뿐이다.

이정섭 본부장은 “2017년 유치한 U-20 월드컵 당시 FIFA와 협의를 통해 조율한 바 있다. 이번에도 AFC 요구 조건에 최대한 맞춘 뒤 AFC와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지자체와 문체부에서 협조해주고 있다. 조도 문제도 개선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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