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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무역적자에…수출기업 ‘최대’ 금융지원, 규제 139개 해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보고 있는 무역수지의 반전을 추진한다. 우선 수출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가격 하락 등에도 대응을 본격화한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과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상황에 무역 여건의 극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기 전 안전모를 쓰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기 전 안전모를 쓰고 있다. 강정현 기자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산신항에서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새로운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 7월까지 15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누적 수출액이 4111억 달러로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역시 4264억 달러로 최고 기록을 찍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는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연간 무역적자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황은 어둡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무역수지의 개선을 노리고 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은 크게 ▶수출기업 지원 확대 ▶3대 수출입 위험 요인 대응 ▶수출산업 경쟁력 향상 ▶정부의 수출 지원체계 가동 등 4가지다.

핵심 과제는 수출기업 지원과 리스크 대응이다. 우선 정부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을 위해 무역금융 지원액을 역대 최대 수준인 351조원으로 확대한다. 무역보험 체결 한도를 상향하고 기업별로 ‘선적 전 수출신용보증(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이행 전 대출 시 보증)’ 한도도 올린다. 수출 중소기업 약 1000개사를 대상으로는 내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최대 1%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부여한다. 또 수출기업의 물류비, 해외 인증 획득·마케팅 비용, 통관 비용 등을 지원한다.

특히 수출 업종별 협회와 경제단체로부터 접수한 규제 139건의 완화를 추진한다. 이 가운데 33건은 올해 안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기업이 보관하고 있는 연구개발(R&D)용 물품의 반출입 절차를 간소화해 R&D 지연을 예방하고, 바이오 원재료를 수입할 때 검역 절차를 단축해 원재료가 썩는 등 변질되는 사례를 방지할 계획이다.

최근 무역시장에서 한국에 부담을 더하는 3대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첫째 리스크로 정부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은 최근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에서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양국이 공통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소재·부품·장비 등 분야와 재생에너지 등의 수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한중 수교 30년을 계기로 개최하는 산업·통상장관회의에서는 양국 경제장관회의 정례화도 논의할 계획이다.

높은 에너지 가격도 문제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를 줄이기 위해 도시가스 연료에 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섞는 혼소 공급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LNG 수입액을 약 8억8000만 달러 절감할 계획이다. 산업체와 발전용으로 쓰는 연료도 도시가스에서 LPG로 대체하면 LNG 수입액 4억90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문제도 리스크로 봤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반도체 산업 육성,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다지고 반도체 특화형 무역금융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이어지는 월간 무역적자를 올 하반기 남은 기간에는 끊어내려 하고 있다. 만약 8월까지 무역적자를 본다면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앞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무역수지는 적자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올해 고물가·고환율 등의 위기가 겹치며 정부 대책의 ‘약발’이 쉽게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기업이 환율 불안 때문에 원자재 조달부터 시작해서 국제 거래상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므로 환율이 안정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또 원자재 조달 지원을 위해 정부가 비축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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