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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2800억' 론스타 소송 선방…주가조작 수사 덕 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3000억원의 배상금을 주는 것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국제 투자 분쟁(ISD) 소송이 마무리됐다. 국제 중재재판부가 인정한 2억1650만 달러는 당초 론스타가 청구한 46억7950만 달러(6조3000억원) 손해배상금의 4.6% 수준이라 우리 정부가 선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보다 선방…론스타 요구액 4.6%에 그쳐 

법무부는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판정부가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가 2억1650만 달러(약 2855억원, 환율 1300원 기준)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고 밝혔다. 론스타가 받아내려는 돈에서 4.6%에 그친 액수다.

ICSID는 배상액 외 추가로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도 판정했다. 이자액은 약 180억원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자를 합친 전체 배상액은 3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06년 한동훈 수사 '론스타 주가조작'에 과실 상계

법조계에 따르면 ICSID의 중재 결정문에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한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고 이 때문에 론스타가 매각한 외환은행의 주가가 낮아졌다'는 우리 정부 측의 방어 논리가 포함됐다고 한다. 해당 소송의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ICSID가 론스타의 주가조작 유죄확정을 반영해서 배상액을 줄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캐나다 대법관 출신인 중재인 의장 윌리엄 이안 비니 변호사를 포함한 3인 중재부 가운데선 "론스타 측 주가조작 과실 상계로 배상액이 아예 0이 돼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과실 상계(過失相計)란 채무 불이행 등 소송에서 채권자나 피해자에게 불법이나 과실이 있는 경우 그만큼 배상액을 깎는 것을 말한다.

그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시점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CSID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낮아진 이유가 우리 정부의 승인 지연 탓이 아닌 주가조작 사건의 영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이고 2006년 되팔려는 움직임을 시작할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었다. 유회원 전 론스타 대표는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헐값에 인수합병하기 위해 '허위 감자(減資)설'을 퍼트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2012년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론스타 펀드 역시 벌금 250억원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수사팀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여했다.

별도로 론스타가 로비를 벌여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혹은 2010년 대법원이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일단락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ICSID "외환은행 매각 가격 하락은 론스타 주가조작 영향"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2008년 HSBC에 약 5조 9000억원를 받고 넘기려다 무산됐고, 결국 2012년 3조 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매각 차익과 배당금을 합하면 4조원 넘게 이득을 챙겼다고 추산되지만,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국내 법령에 규정된 심사 기간을 초과하도록 지연시켰고, 매각 가격을 내리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며 국제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우리 측은 "매각 승인 심사 기간이 초과하긴 했지만, 권고 사항에 불과한 데다 서류 보완 시간을 빼면 기한을 넘기지도 않았다"는 논리로 맞서왔다. 매각 가격이 낮아진 이유로는 “론스타가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 받고 외환은행 주가가 내려갔기 때문이고 정부가 개입한 사실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ICSID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준 셈이다. 법조계에선 "당시 중수부 수사로 '론스타 주가조작 유죄'라는 근거를 만들어 놓은 게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이의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며 "10여년 진행된 1차적 결과물이 나온 것이고, 오직 국익에 맞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중재 판정에 불복해 120일 안에 절차규칙 위반을 이유로 판정무효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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