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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한덕수·한동훈…'론스타 악연'에 엮인 尹정부 인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이어진 국제투자 분쟁(ISDS)까지 20년간 이어진 한국 정부와 론스타와의 악연이 31일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재판부가 한국 정부에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 및 관련 이자(소송 제기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 적용) 배상을 명령하면서다.

길었던 악연만큼 한국의 전·현직 관료의 이름도 론스타 사태의 곳곳에서 거론된다. 특히 현 정부는 국무총리부터 경제부총리 등 핵심 인사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 이후 ISDS 소송 등에 관여가 돼 있다.

구 외환은행 건물(왼쪽). 가운데는 론스타 로고. 오른쪽은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서. 중앙포토

구 외환은행 건물(왼쪽). 가운데는 론스타 로고. 오른쪽은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서. 중앙포토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론스타와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검찰이 론스타 '헐값' 매각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던 2006년 해당 수사에 투입됐다. 이 금감원장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론스타 수사의 말석을 맡았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에는 검찰 내 최고의 '칼잡이'들이 모였다고 한다. 2019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굵직한 사건도 검사 3~4명이 처리하던 게 일반적이었다”며 “론스타 수사에 이례적으로 많은 검사가 투입된 건 그만큼 수사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다”고 했다. 다만 해당 수사는 검찰의 패배로 돌아갔다. 배임 혐의로 기소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1·2·3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으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했다. 특히 한 총리의 재직 시기(2002년 11월~2003년 7월)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하던 때였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도 야당은 한 총리가 전관으로 매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한 총리는 “론스타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김앤장이 론스타를 법률 대리하고 있던 것도 몰랐다”고 반박했다.

론스타가 ISDS 과정에서 한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제출한 서면답변도 논란이 됐다. 국회 등에 따르면 해당 서면답변에는 ‘한국 사회는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다. 국회와 국민, 언론 매체들이 모두 외국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는 한 총리의 발언이 담겼다. 한 부총리는 “론스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시각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론스타에서 그렇게 해석한 것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해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세종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세종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ISDS 등 론스타 관련 이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다. 추 부총리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이 론스타의 ‘헐값 매각’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지목한 2003년 7월 15일 ‘조선호텔 비밀회의’의 배석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외국 자본이었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된 ‘예외승인’ 관련 협조공문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보낸 것도 추 부총리다. 추 부총리는 예외승인 관련해서 “업무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예외승인을 통한 론스타의 인수 외에는 다른 자금조달 수단이 부재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노무현 정부의 경제라인의 책임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할 때는 추 부총리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은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금융위와 관련된 각종 사안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금융위는 추 부총리가 부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9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을 이유로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했다며 6개월 내 보유 한도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매각 방식이나 가격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당시 론스타는 이미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했던 만큼, 시민단체 등은 징벌적 주식처분 등을 요구해왔다. 금융위는 2012년 1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추 부총리는 론스타가 ISDS를 제기한 뒤 국무조정실장으로 대응팀 단장을 맡게 된다. 야당은 이때 정부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은행 인수 자격이 애초에 없었다는 논점을 포기하며 소송전이 길어졌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일련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추 부총리는 “당시에 업무를 추진하면서 국익을 위해서, 시장안정을 위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며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고 실체적인 부분에서도 저희는 당시 정당한 판단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2008년 3월~2009년 11월) 중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제때 판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과 호텔체인 등을 갖고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산업자본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2008년 9월 제출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인정하면 은행법에 따라 4%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 총재는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가 다시 보내 준 자료와 원자료가 달라 확인하는 절차가 계속됐다”며 “2008년 이후로는 세계금융위기가 굉장히 급박해 개인적으로는 금융위기에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시기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한 사유가 됐던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진행 중이던 때다. 론스타와 HSBC는 2007넌 9월 60억1800만 달러(5조9376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HSBC는 금융당국에 인수승인 신청을 했다.

그런데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으로 인수 승인 절차가 길어지는 와중에 세계금융위기가 터졌고, 2008년 9월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이 총재는 “가격차에 대한 이견”을 인수 불발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론스타는 이후 한국 정부가 HSBC에 대한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ISDS를 제기했다.

중재재판부는 이날 HSBC 관련 부분은 관할 불인정을 사유로 전체 기각했다. 론스타 주가조작 유죄 과실상계 책임의 50%를 인정해 하나금융 매각가 손해 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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