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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희근, 경찰국 반발에 "지휘부 사퇴로 요구 받아졌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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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가 다 사퇴했다면 정말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을까. 그게 현실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30일 경찰 내부망에 영상을 올린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출범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지휘부 사퇴 등으로 경찰의 입장을 끝까지 주장했어야 한다”는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조직 구성원 전체를 상대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경찰국 출범에 대해선 “역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이 묻고 경찰청장이 답하다’는 제목으로 게시된 이 영상은 경찰제도개선 관련한 전반의 문제를 일선 경감과 순경이 질문하면 윤 청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윤 청장은 경찰국과 관련해 “법적인 근거 없이는 조직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제도만 바꿀 게 아니라 경찰이 필요로 하는 숙원 사업들이 있다”며 “그걸 논의의 장에 같이 넣자고 했고, 자문위(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21일 자문위가 발표한 최종 권고안 중 인력 확충 및 계급정년제·복수직급제 개선, 처우개선 방안 등이 담긴 것을 언급한 것이다.

경찰의 노조 격인 직장협의회(직협) 등이 “경찰의 중립성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단식·삭발 등의 형식으로 경찰국에 반발한 데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이 법적으로 갖고 있는 권한 범위 내에 있는 조직과 그에 따른 지휘 규칙이다”며 “인사 또는 수사를 통해서 아니면 징계·감찰을 통해서 우리 조직을 흔들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최전방에 있는 건 청장이다.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겠단 각오가 돼 있고, 그에 맞는 목소리를 내고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경찰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윤 청장은 “경찰국 문제를 둘러싸고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단 불만이 많았던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직협을 포함해 총경 그룹 또는 중간관리자 그룹 등 최대한 많은 의견을 경찰청의 의견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윤 청장은 후보자 시절 지난 7월23일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개최된 전국 총경급 간부회의(총경회의)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애정과 충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100%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자중했으면 좋겠다는 서한문을 보냈고, 시·도청장을 통해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고, 당일날 회의 직전까지도 그런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경회의가) 강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경회의가) 집단행동이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프레임에 들어가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단 건의들이 있었다. 그래서 조직을 보호해야겠단 일념으로 직무명령이란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청장은 후보자 시절을 돌이키며 “경찰 생활 30여년 중 거짓말 안 보태고 가장 힘들고, 사실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며 “소명이구나, 숙명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기다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31일 경찰청은 윤 청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경찰 만능주의 극복을 ‘경찰청장 메시지’를 통해서 재차 강조했다. 메시지엔 “경찰이 만능이 아님을 인정할 때 경찰이 정말 경찰다워진다”며 “경찰이 본연의 일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현장의 비효율을 바로잡고, 유관기관과 제대로 협업함으로써 치안의 품격이 높아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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