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다는 ‘1폰 2넘버’ e심…한국은 왜 이제야 쓸 수 있나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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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왼쪽부터 미니 유심, 마이크로 유심, 나노 유심, 그리고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e심.[사진 도이치텔레콤]

왼쪽부터 미니 유심, 마이크로 유심, 나노 유심, 그리고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e심.[사진 도이치텔레콤]

스마트폰에 유심칩을 직접 꽂지 않고 인터넷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e심(SIM·가입자식별모듈) 서비스가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해외보다 4년 이상 늦은 e심 서비스의 장점은 스마트폰 하나로 2개의 번호를 쓸 수 있다는 점. 기존 ‘투 넘버’와는 뭐가 다른지, 가장 알뜰하게 e심을 활용하는 방법은 뭔지 알아봤다.

무슨 일이야

통신 3사가 e심 전용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달부터 스마트폰 e심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자, 기존 유심(USIM·범용 가입자식별모듈)과 e심을 동시에 이용하려는 ‘듀얼심’ 소비자를 겨냥한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것. 먼저 KT가 지난 28일 월 8800원을 내면 보조 회선(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5G·LTE 듀얼번호’요금제를 발표했다.

이게 왜 중요해

e심 도입으로 통신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스마트폰 1대로 번호 2개’를 쓸 수 있게 됐다. 또 듀얼심 이용시 보조 회선을 새로운 통신사나 알뜰폰 중 합리적인 요금제를 골라 개통할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 만큼, e심을 계기로 통신 시장에 서비스 경쟁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다음달 1일부터 월 8800원을 내면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5G·LTE 듀얼번호’ 요금제를 서비스한다 [사진 KT]

KT는 다음달 1일부터 월 8800원을 내면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5G·LTE 듀얼번호’ 요금제를 서비스한다 [사진 KT]

그 좋다는 e심, 왜 이제서야?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에게 e심은 ‘그림의 떡’이었다. 2018년 9월 애플이 아이폰XS·XS맥스·XR에 e심을 탑재해 선보인 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69개국 170여개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운영한다. 애플, 화웨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2020년부터 수출용 스마트폰엔 e심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통신사의 반발이 걸림돌이 됐다. 현재 유심칩은 개당 7700~8800원에 판매되는데 e심은 3분의 1 가격인 2750원이면 내려받기할 수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유심에 비해 e심 1회선당 4950원 이상의 매출이 줄어든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사 합산 유심 매출은 약 200억원 이상으로 결코 적지 않다. 특히, e심이 허용되면 기존 통신3사 소비자들이 보조 회선을 알뜰폰(MVNO)이나 다른 통신사로 개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통신3사로선 달갑지 않은 변화였다.

그러다 지난해 정부가 나섰다. 소비자들의 e심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가 관련 고시를 개정, e심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지난달 5G 중간요금제 승인을 발표하며 “e심은 소비자 편익과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신 3사 간 이동은 물론 통신 3사와 알뜰폰 간 이동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심의 모든 것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 모든 스마트폰에서 가능?=애플은 아이폰XS 시리즈부터 모든 제품에 e심을 지원한다. 2018년 이후 출시된 아이폰을 구매한 사람은 내달부터 바로 e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품은 이달 출시한 갤럭시Z 폴드4·플립4부터 e심 개통이 가능하다.

② 뭐가 좋아?=하나의 스마트폰으로 2개의 전화번호를 쓸 수 있다. 유심+e심, e심+e심 조합이 가능. 3개 회선은 불가하다. 통신사가 제공한 QR코드를 스캔하고 요금제를 결정한 뒤 프로파일을 내려받으면 e심을 바로 개통할 수 있다. 업무용·개인용 번호를 폰 하나로 관리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요금제를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③ e심은 카톡 계정도 두 개?=e심으로 스마트폰 하나에 두 개 회선을 개설하면 각각의 전화번호로 SNS와 메신저에 가입할 수 있고 본인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안드로이드폰의 듀얼메신저 기능을 활용해 카카오톡을 이용한다면 기존 카톡 아이콘 옆에 보조 회선용 아이콘이 생성되고 두 카톡을 각각 관리할 수 있다.

④ ‘투 넘버’ 쓰고 있는데?=기존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긴 했다. 통신사들은 월 3000원대의 추가요금을 내면 임의의 가상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투 넘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통화·문자 이용시 수신번호 앞에 *, # 등 특수문자와 숫자를 먼저 입력해야 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보조 회선으로 문자가 오면 본문 앞에 ‘듀’ 등의 표시가 나오는데, 선입력 기호를 잊고 그냥 답장하면 기존 전화번호가 노출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은 듀얼메신저 기능을 설정하면 카카오톡·라인에서 가상번호로 추가 계정을 만들 수 있지만, 아이폰에선 하나에 폰에 카톡 두 개를 쓸 수 없다 .

⑤ e심 요금제 꿀조합은?=e심 서비스의 핵심은 두 가지 요금제를 조합 가능하다는 점. 업무용 회선은 통화 위주의 최저요금제를 쓰고 개인용(보조) 회선은 데이터 위주 알뜰폰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최강 꿀조합. 통신 3사의 경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8만 원대부터 시작하지만 알뜰폰의 경우 2만 원대 가격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해외 여행갈 때도 데이터 요금을 아끼기 위해 현지 유심칩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9월 1일부턴 e심으로 현지 통신사 요금제를 선택·개통할 수 있기 때문.

앞으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된 23일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역점에 신제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된 23일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역점에 신제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새로 도입된 e심 서비스를 놓고 통신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심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할 강력한 한방을 고심 중.

이와 맞물려 알뜰폰 업계는 e심 서비스가 알뜰폰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긴 알뜰폰은 이미 이동통신 시장에서 15%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달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하며 연내 신규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예고했다. 토스 알뜰폰과 e심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 업데이트(9월 1일 10시)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e심 요금제를 출시한다. LG유플러스는 1일 월 8800원에 ‘듀얼넘버 플러스’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보조 회선용 데이터 250MB를 제공하고 메인 회선의 데이터와 통화·문자 사용량을 공유할 수 있다.
SK텔레콤도 지난달 30일 듀얼심 특화 요금제 신고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정부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유보신고제 대상이다. 과기정통부가 최대 15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 SK텔레콤도 9월 중순쯤 듀얼심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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