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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무성 대신할 TK 찾아라" 金낙마 뒤엔 '집토끼 플랜'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김무성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민주평통 부의장에 내정됐지만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김무성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민주평통 부의장에 내정됐지만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무성 전 의원을 대신할 TK(대구·경북) 인사를 찾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내정됐지만 현재는 철회 수순을 밟고 있는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전 의원)의 인사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표면적으론 김 고문이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재검토의 이유로 거론됐지만, 실제 내막은 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김 고문의 발탁에 반발하는 핵심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고, 김 고문을 대신할 TK출신 인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강성 유튜버들은 “탄핵파가 부활하고 있다”며 김 고문을 겨냥한 방송을 쏟아내고 있다.

김 고문의 인사가 철회되며 그와 함께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내정됐던 석동현 변호사의 임명 여부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김 고문의 후임자로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등이 거론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핵심 지지층에 대한 단단한 결집 없이는 외연 확장도 무의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고문에 대한 인사 철회가 ‘일회성 사건’이 아닌 ‘정책 기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집토끼 플랜’ 가동한 대통령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전후로 해 ‘집토끼 잡기 플랜’을 가동한 상태다. 지지율이 20~30%대를 횡보하는 상황에서 대선 당시 표를 몰아줬던 TK중심의 전통적인 보수층을 재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내부에서 주를 이뤘다고 한다. 대구(75.14%)와 경북(72.76%)은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70% 이상의 표를 몰아준 지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26일 발표된 갤럽조사(23~25일 1001명 조사)를 기준으로 지난 6주 연속 TK를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잘하고 있다”보다 더 많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빠진 이후 발표된 8월 3주 여론조사에선 TK의 부정평가는 64%까지 치솟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왜 정권교체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답답함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핵심 지지층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선 대통령실 내부의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와 인사, 메시지 모두 TK를 비롯한 보수 지지층 달래기에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통령실을 개편하며 대구와 경북 영주 출신인 이관섭 전 무역협회 상근부회장과 임종득 전 국방비서관을 각각 정책기획수석과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했다. 출범을 앞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에도 의성 출신의 우동기 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이 내정된 상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화자찬’이란 야당의 비판을 감수하며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며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에 집중했다.

지난 26일엔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로봇기업 공장에서 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주요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을 총출동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후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동선이 유출됐음에도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정권 교체를 여러분과 함께했고, 여러분의 지지로 해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정이 유출돼 경호처의 반대도 있었지만, 서문 시장은 상징적인 곳이라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도층 확장 없인 다음 총선 어렵다” 지적도 

대통령실의 ‘집토끼 우선’ 전략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도권 등 다음 총선 전망이 불확실한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김 고문에 대한 인사 철회가 당을 다시 ‘탄핵의 수렁’으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여당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어 현재 지지율이 집토끼가 다 결집한 수치라며 “이탈한 중도 유권자의 마음을 달래지 않으면 다음 총선은 어렵다”고 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큰 틀에선 집토끼 우선 전략에 공감한다”면서도 “보수층을 끌어오려면 TK보다는 수도권 50대 이하 보수층에 대한 어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당내 분란은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다가오는 총선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이 맞물린 측면이 있다”며 “TK 달래기 만으로 이런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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