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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었다" 英 총리후보에 쏟아진 비판…그 뒤엔 터프한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영국 런던 자택을 나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총리 당선이 유력하다. 로이터=언합뉴스

지난달 영국 런던 자택을 나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총리 당선이 유력하다. 로이터=언합뉴스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가 “겁 먹고 도망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현지 유력 일간지 가디언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현 외무장관인 트러스는 높은 지지율로 승기를 잡은 상태다. 당선하면 마거릿 대처, 테레사 메이에 이어 영국 사상 세번째 여성 총리로 기록된다. 그런 그가 ‘겁쟁이’라는 비판을 받는 건 이날 BBC와의 심층 인터뷰를 급히 일방적으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BBC의 베테랑 정치전문기자인 닉 로빈슨이 진행하는 1:1 인터뷰다. 로빈슨은 인터뷰이를 몰아붙이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지난 10일 트러스의 상대 후보 리시 수낵 재무장관을 먼저 인터뷰했는데, 이 내용을 다룬 기사들은 “수낵 후보에 로빈슨이 완벽한 한판 승”(인디펜던트) “수낵 후보, 탈탈 털리다”(허핑턴포스트) 등의 제목을 달았다. 로빈슨은 베테랑 언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여러 국가지도자들을 몰아붙이는 인터뷰로 인지도가 높다. 옥스퍼드대를 대표하는 철학ㆍ정치ㆍ경제 융합전공(PPEㆍ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을 졸업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를 향해서도 질문을 해놓고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자 “말씀 그만하시죠(Stop talking)”라고 쏘아붙여 인기와 논란 모두를 불렀다.

그는 옥스퍼드 후배들을 상대로한 강연에서 “권력자일수록 터프한 질문에 답할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정치에 관심은 크지만 본인이 직접 정계에 진출하지는 않고 정치를 감시하는 역할을 평생 수행해오고 있다.

BBC 닉 로빈슨 진행자 겸 정치평론가. 모교인 옥스퍼드 학생회 조직 일부인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강연하는 유튜브 캡처. [YouTube 캡처]

BBC 닉 로빈슨 진행자 겸 정치평론가. 모교인 옥스퍼드 학생회 조직 일부인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강연하는 유튜브 캡처. [YouTube 캡처]

때론 지나치다는 비판도 받지만, 그럼에도 로빈슨은 20년 가까이 BBC에서 정치 전문 기자로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가 영국인들을 대표해 정치인들에게 압박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존재로 자리를 잡아서다. 리즈 트러스 장관과 로빈슨의 인터뷰는 그래서 큰 관심을 끌었다. 로빈슨도 “트러스 후보가 영국을 위해 인터뷰 시간을 내길 기대한다”고 트윗했다. 트러스는 그러나 처음엔 인터뷰에 응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야권에선 “겁 먹고 도망쳤다(running scared)”라는 비판이 나왔다.

트러스가 이번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을 두고 영국에선 특히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트러스가 심층 1:1 인터뷰를 제대로 하지 않은채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단 로빈슨이라는 언론인과의 만남을 넘어, 미디어의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를 사고 있는 셈이다. 가디언은 “미디어의 검증을 이런 식으로 피하는 건 트러스의 전략으로 보인다”며 “그의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역시 취임 전 언론 인터뷰를 피하며 비교적 손쉽게 총리 자리에 올랐다”고 꼬집었다.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위치한 총리 관저. EPA=연합뉴스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위치한 총리 관저. EPA=연합뉴스

트러스는 1975년생으로, 여성평등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외무부 장관을 맡았다. 외교 정책을 중시하는 영국에서 외무장관은 특히 중책으로, 트러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두고 러시아의 카운터파트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상대하는 등, 활약을 해왔다. 그러나 그 외 다양한 정책 등에서의 능력은 입증이 덜 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언론 검증이 중시되어 왔다. 영국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다음달 5일, 보수당 당 대표 선거 승자가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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