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운 문화팀 기자
세계 최대 공연 축제 중 하나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최근 막을 내렸다. 매년 8월 영국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연극·뮤지컬·클래식 등 모든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작품이 오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는 ‘보리스 3세’라는 연극이다. 작품을 보려는 관객을 3그룹으로 나눠 통제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보리스 존슨
이 작품은 존슨(사진) 총리가 고교 시절 연극 무대에서 영국 역사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폭군으로 꼽히는 리처드 3세 역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내용은 100% 허구. 하지만 그를 낙마로 몰아넣었던 ‘파티게이트’ 같은 사건과 주요 발언을 적절히 녹이며 존슨 총리를 풍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존슨 총리를 풍자한 작품은 이 외에도 여러 편 있었다. 하지만 한 달여 축제 동안 여당인 보수당이나 존슨 총리 측에서 이를 문제 삼거나 불쾌하게 여겼다는 소식은 볼 수 없었다.
한국은 어떨까. 이런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한국에서 대통령과 권력을 꼬집는 것은 꽤 힘든 도전처럼 인식되고 있다. 최근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2’에서 잠시 나왔을 뿐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를 거치면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정치 풍자를 볼 수 없게 됐다. 30년 전 노태우 정부 때 정치인 풍자를 KBS나 MBC에서 봤던 것이 되려 어색할 정도다. 하긴 대통령 부인에게 ‘여사’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고 논란인 사회에서 정치 풍자를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