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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문책마라, 중국엔 제품 아닌 운영·기술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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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SK이노베이션의 울산 콤플렉스(CLX) 공장 전경.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울산 콤플렉스(CLX) 공장 전경. [사진 SK이노베이션]

“실패해도 담당자를 문책하지 말아야 성공 확률 5% 미만인 프로젝트에서 성공할 수 있다.” “중국 사업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운영과 기술을 팔아야 한다.”

국내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이 기존의 정유기업에서 그린에너지 선도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이런 경영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는 혁신을 꾀하는 다른 기업들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이 회사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업가정신학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스토리’ 심포지엄을 열었다.

기업가정신학회는 이날 ▶빅픽처(Big Picture)와 ▶딥체인지(Deep Change)를 이 기업 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대한석유공사가 SK를 만나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빅픽처 아래 성장했고, 새로운 경영 환경에 딥체인지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그린에너지 선도기업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기업가정신학회 교수진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성장 스토리’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세션 발표 후 종합 질의 및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가정신학회 교수진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성장 스토리’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세션 발표 후 종합 질의 및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60년간 ‘수직계열화’와 ‘종합에너지 기업 변신’이라는 혁신이 단계별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SK가 정유공장을 지어 ‘석유→석유화학→섬유제품’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고 계획한 것은 1980년 유공을 인수하기 한참 전인 69년 즈음이다. SK는 원사 사업을 시작하면서 원사의 원료인 석유에도 관심을 가졌다.

SK는 80년 유공을 인수한 뒤 SK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고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이즈음 “정유회사에서 종합에너지 회사로”라는 빅 픽처를 제시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80년대 초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인도네시아·아프리카 광구 개발에 잇따라 참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종현 선대회장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업료가 필요하다”며 수익의 일부를 무조건 석유 개발에 투자할 것과 실패해도 담당자를 문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실패 끝에 SK이노베이션은 북예멘 광구 탐사 개발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일찌감치 성공 확률 5% 미만인 자원 개발에 도전한 것”이라며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이 비즈니스 밸류 체인(가치사슬) 안정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00년대 들어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한·중 경제협력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중한석화’다.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현 SK지오센트릭)과 중국 1위 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이 만든 합작법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한석화 성공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 중국 시장에서 잘나가던 한국 기업이 요즘 고전하고 있는데 중한석화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단순히 제품을 판 게 아니라 밸류 체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표 교수는 “이처럼 운영과 기술을 파는 방식으로 중국 사업의 틀을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들어선 배터리·소재 등 비정유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배터리는 90년대 중반 연구·개발을 시작해 현재 글로벌 5위권 기업으로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편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했다. 한준 연세대 교수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사외이사 70% 이상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 인수 이전 1조1208억원(79년) 매출에서 지난해 46조8429억원으로 42배 성장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레이션센터장은 “앞으로도 혁신을 바탕으로 차별적 기술에 기반을 둔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개발해 미래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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