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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화살 쏘고 생매장하고…끔찍한 동물학대, 정식재판 3%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주, 동물 학대 잇따라

26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에서 몸통에 70cm 화살이 관통된 개가 발견돼 제주시 공무원 등에 의해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사진 제주시

26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에서 몸통에 70cm 화살이 관통된 개가 발견돼 제주시 공무원 등에 의해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사진 제주시

제주에서 동물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충격적인 학대 사건이 잇따르지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적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0㎝ 양궁 화살 관통 개…용의자 특정 못 해

70cm 화살이 관통된 개의 X레이 사진. 사진 제주시

70cm 화살이 관통된 개의 X레이 사진. 사진 제주시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26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에서 70㎝길이의 양궁용 화살에 허리뼈를 관통당한 개가 발견돼 수사에 돌입했다. 주민 신고로 구조된 이 개는 동물병원에서 화살 제거 수술을 받았다. 경찰은 아직 화살을 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카본 재질의 범행 화살에는 지문도 남아있지 않았다. 또 구입처 추적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궁용 화살은 인터넷 등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샴고양이 22마리 구조했으나 7마리 죽어 

방치됐던 고양이 중 한 마리. 사진 제주시 동물보호센터

방치됐던 고양이 중 한 마리. 사진 제주시 동물보호센터

이보다 앞선 지난 11일과 12일 제주시 이도동의 다세대주택에서는 샴고양이 22마리가 구조됐다. 출동한 제주시는 지난 11일 집 안에서 고양이 14마리를 구조했다. 이어 이튿날 해당 주택 인근 길가에서 8마리를 추가 구조했다. 하지만 구조된 22마리 중 7마리는 파보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죽었다.

테이프 묶인 주홍이, 땅 묻힌 푸들에 공분

제주도의 한 유기견 보호소 근처에서 강아지 '주홍이'가 앞발은 등 뒤로 결박되고 입이 노끈으로 묶인 채 발견됐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제주도의 한 유기견 보호소 근처에서 강아지 '주홍이'가 앞발은 등 뒤로 결박되고 입이 노끈으로 묶인 채 발견됐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제주에서는 지난 4월에도 개 학대 사건이 일어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달 1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에 묶인 개가 봉사자에 의해 발견됐다. 개를 결박한 노끈 위에는 테이프까지 감겨있었으며, 앞발은 몸체 뒤로 꺾인 상태였다. 구조 후 등록칩을 확인해보니 이 개는 쉼터에서 지내던 개인 ‘주홍이’로 확인됐다. 주홍이는 현재 새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지만, 학대 용의자는 아직 특정되지 못했다. 주홍이 사건 발생 일주일만인 지난 4월 19일 오전에는 제주시 내도동 도근천 인근 공터에서 산 채로 땅에 묻힌 푸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범인은 견주 A씨 등 2명이었다. 최근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형이 나오자 동물권단체에서는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송기헌 의원 “처벌이 동물권 인식 따라잡지 못해”

26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에서 몸통에 70cm 화살이 관통된 개가 발견돼 제주시 공무원 등에 의해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사진 제주시

26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에서 몸통에 70cm 화살이 관통된 개가 발견돼 제주시 공무원 등에 의해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사진 제주시

경찰청 통계 등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98건에 불과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6년 303건으로 늘더니, 2017년 398건, 2018년 531건, 2019년 914건, 2020년 992건, 2021년 1072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제주지역 동물보호법 위반 적발 사례는 2017년 15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많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 4221명 중 정식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122명(2.9%)다. 이중 구속된 피의자는 4명(0.1%)뿐이다. 1372명(32.5%)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고, 1965명(46.6%)은 기소되지 않았다. 5년간 정식재판을 통해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5.5%에 불과했다.

송기헌 의원은 “동물권과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처벌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양형기준 마련과 엄중한 처벌을 통해 동물 학대 범죄가 중대 범죄임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동물학대 근절 및 동물유기 방지를 위해 민·관·학 종합 예방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학대사건 발생 시 자치경찰단과 함께 동물 등록 여부 확인, 견주 소재 파악, 피해 동물 치료·보호 등 대응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았지만, 동물 복지는 아직 미흡하다”며 “위법 행위를 엄단하고, 제도를 가다듬어 사람과 반려동물이 행복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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