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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남부 헤르손 대공세…"러 1차 저지선 돌파, 일부 수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전 초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 탈환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반년을 넘긴 상황에서 이번 군사 작전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사진.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사진.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29일(현지시간)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그간 준비한 헤르손시(市) 공세가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지난주 10곳 이상을 폭격하면서 의심의 여지 없이 적군의 세력을 약화시켰다”며 “다방면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고 있다. 지역 주민은 안전한 곳에 머물러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후메니우크 대변인이 헤르손 수복 작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거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날 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국민 화상 연설을 통해 “헤르손을 탈환하려는 우리의 계획이 궁금하겠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다”면서도 “우린 국경까지 진격할 것이다. 러시아군 중 살아남고 싶은 자가 있다면 지금이 도망칠 때”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군은 투항하는 러시아군에 대해서도 제네바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은 살아남으려면 도망쳐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은 살아남으려면 도망쳐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익명의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러시아군 주둔지와 후방을 겨냥한 야간 포격과 함께 작전이 시작됐으며, 방어선 3곳을 돌파해 헤르손 인근 프라우디네, 노바 드미트리우카 등 마을 4곳을 탈환했다”고 CNN에 말했다. 세르게이 클란 헤르손 지역 의회 의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의 1차 저지선이 무너졌다”고 적었다. 헤르손 북동쪽 55㎞ 지점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에서도 여러 폭발음이 들린 뒤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고 BBC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앞서 여러 차례 헤르손의 수복을 공언했다. 지난 6월 말부턴 주민들에게 안전한 지역으로의 대피를 촉구했고, 헤르손과 외부를 잇는 다리를 공격해 도시의 고립을 노리는 등 이번 작전을 준비해왔다. 인구 약 29만 명(개전 이전 기준)의 헤르손 시는 헤르손 주(州)의 주도로,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유일하게 점령한 우크라이나 주도다. 헤르손 주는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 교통로이자, 크림반도로 들어가는 상수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이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러시아 측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실패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타스 통신 등에 “여러 방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했지만, 우리 군이 적극적인 방어로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며 “우크라이나군은 560명이 전사하고, 26대의 탱크와 31대의 장갑차, 2대의 군용기를 잃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이날 헤르손 인근 미콜라이우에 러시아군의 포격이 가해져 2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집을 잃은 한 남성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집을 잃은 한 남성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헤르손 인근 지역의 병력 보강에 나섰다. 앞서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러시아가 기존 헤르손 전선에 최소 10개 이상의 전술대대단(BTG)를 배치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1개 BTG는 통상 700~800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위성사진 업체 이미지샷을 인용해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에 배치했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300을 크림반도 인근의 노보르시스크항으로 긴급 수송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공세와 관련해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국지전을 통해 산발적인 전투를 벌였던 전쟁 초기와 달리 현재 우크라이나군도 사거리가 긴 포병 무기를 가진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아직 빼앗긴 영토를 수복할 수 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헤르손시와 그 인근의 전투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우크라이나가 남부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군자산을 일부 철수해야 했다. 러시아가 처한 병력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며 “공격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반격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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