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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상을 바꾼 K-LCC

중앙일보

입력

〈책 소개〉

돌이켜보면 불과 17년 전, LCC가 없던 시절에 비행기를 타는 게 드문 일이었다.

기존항공사들만의 세상에서는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LCC가 대중화되면서 비행기를 타는 부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여러모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FSC와 LCC이다. 항공업계 외 일반인에게 이 용어는 생소하다. FSC는 Full Service Carrier의 약어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항공사를 가리킨다. 그리고 기존항공사의 이노베이션(innovation) 개념으로 FSC와 대별되는 LCC는 Low Cost Carrier의 약어이다. 이 LCC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저가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로 불린다.

LCC는 ‘항공운임의 저가격’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저렴한 항공운임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낮은 비용구조를 만들어 낸 항공사’를 가리킨다. 선후가 제대로 바뀐 셈이다. 원문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LCC는 ‘Low Price Carrier’가 아닌 ‘Low Cost Carrier’일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 같은 LCC 나름의 사정과 논리는 애써 모른 체하고 그저 ‘저가항공사’가 친숙한 명칭이다. 그 다음으로는 ‘Low Cost Carrier’를 글자 그대로 직역(直譯)하여 ‘저비용항공사’로 부르는 것이 LCC를 배려한 명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LCC 당사자가 아닌 타인들이 LCC에 대해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인 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LCC 가운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독립형 LCC들은 자신들을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2000년대 중후반 취항 초기에 ‘저비용항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만 동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LCC를 ‘저비용항공사’라 부르는 이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는 사례가 더 많다. 심지어 ‘저비용항공사’를 줄여서 ‘저가항공사’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마치 ‘저비용항공사’의 줄임말이 ‘저가항공사’인 것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LCC들 스스로가 거부하는 ‘저가항공사’라거나 어색한 우리말 표현인 ‘저비용항공사’ 등 갈등을 부추기는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대한민국 LCC’, 즉 ‘K-LCC’라는 명칭이 가장 알맞고 합리적이라고 제안한다.
K-LCC는 2005년에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이제 K-LCC업계는 벌써 20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K-LCC에 관한 체계가 잡히지 않아 그 개념이나 역사가 정리되지 않았고 이로 말미암아 명칭조차 합의되지 않고 있다. 이는 K-LCC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나 저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K-LCC 역사의 태동기와 고난의 시기, 그리고 폭풍성장기까지 가장 오래 현장에 있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LCC와 K-LCC의 비교 개념과 이론적 배경,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K-LCC의 대중화로 인해 바뀐 세상 등을 생생하게 이 책에서 처음 공개한다. 그리고 K-LCC 입사자를 위해 저자만의 K-LCC 입사비법을 이벤트성으로 소개했다. 항공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에게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LCC가 저가항공사는 아니다
우리나라 LCC는 K-LCC로 부르자
LCC는 Low Cost Carrier를 말한다. 우리말로 그대로 직역(直譯)하면 ‘저비용항공사’이다. 하지만 여전히 ‘저가항공사’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K-LCC업계 최장(最張)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저가’에는 ‘시세에 비해 헐한 값’, ‘싼값’, ‘헐값’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저가항공사’로 불리는 LCC의 명칭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LCC가 태동한 미국과 LCC가 발전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저가’라는 단어에 대한 문화적 차이와 국민 감정이 많이 다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타는 미국의 항공소비자에게 ‘저가’라는 단어는 그 어떤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이자 혜택이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가’라는 용어는 매우 긍정적인 단어이다. 그래서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우리나라 사전에서 ‘저가’를 검색해 보면 우선 부정적인 느낌이 진하다. ‘시세에 비하여 헐한 값’이라고 풀이한다. 우리나라 속담 하나가 LCC 전체를 부정적으로 단정해 버렸다. 다름 아닌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이다. 이 속담에서 ‘싼 것’은 경제적이거나 합리적이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먼 ‘나쁘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독립형 LCC들은 자신들을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는 데에 거부감이 강했다.

전 세계 다른 나라의 LCC와 우리나라 LCC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LCC는 초기에는 해외 LCC와 유사하게 시작되었지만 결국 ‘닮은꼴’에서 ‘다른꼴’로 변화해 나갔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Air Asia)의 설립자 토니 페르난데스(Anthony Francis Fernandes)는 2012년 7월 30일 부산에서 우리나라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국에는 진정한 LCC가 없다”고 말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의 말처럼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LCC가 없다. 이는 다시 말해서 ‘외국형 LCC’가 없다는 말이다. 해외 오리지널 LCC의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 LCC는 LCC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LCC는 해외 LCC의 변형인 ‘다른 LCC’이자 ‘한국형 LCC’이다. 우리 항공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변형된 LCC만 존재할 뿐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LCC, 국내 LCC, 한국형 LCC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는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LCC’이다. 이 ‘다른 LCC’를 해외 LCC와 엄격하게 구별하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해야 알맞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Low Cost Carrier를 ‘저가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라는 우리말의 어색한 단어를 들이밀기보다는 더 알맞고 더 적절한 명칭을 찾아주어야 한다.
따라서 ‘LCC’는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이지젯, 에어아시아 등의 성공한 해외 LCC를 말하고, ‘K-LCC’는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은 또 다른 형태의 LCC를 말한다.

외부에서 덧씌운 K-LCC에 대한 오해와 편견

2005년 10월 28일 오후 5시 20분 승객 64명을 태운 청주발 한성항공 303편 항공기가 제주공항에 착륙한 뒤 뒤편 왼쪽 타이어 2개가 한꺼번에 펑크가 났다. 신생항공사인 한성항공의 타이어 펑크가 K-LCC 전체를 비하하는 데 활용되고, 절대 타면 안 되는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각인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저가항공사라는 용어가 ‘위험한 항공사’라는 의미를 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후발 K-LCC들이 한사코 저가항공사라는 용어를 기피하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기존항공사들이 K-LCC를 싸잡아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는 용어로 저가항공사가 활용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 날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저가항공사는 비방형 지시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LCC 행보의 첫 발을 내딛은 제주항공은 2004~2006년 당시 “우리는 저가항공사가 아니다”라는 선언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전인 2003년부터 타칭 저가항공사로 통일된 우리사회에서는 아주 작은 초기 항공사였을 따름인 제주항공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설립 및 취항 초기에 한성항공과 엮여서 ‘두 저가항공사’로 분류되었고 그렇게 불렸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저가항공사란 명칭에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저의를 밑바닥에 깔고 저가항공사라 부르던 것에 다름아니었다. 기존항공사들은 자신들과 선을 긋는 차별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저가항공사라는 명칭을 선호하였고, 설립을 준비 중이었거나 취항 초기 단계였던 제주항공이나 한성항공은 부자연스럽게 저가항공사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항공역사에서 두 기존항공사 입장에서는 제주항공을 제3의 정기항공사로 인정할 수 없었다. 항공법상 우리나라 항공운송사업은 FSC나 LCC로 구분할 명분은 전혀 없었다. 항공법에서는 정기항공사와 부정기항공사로만 구분하였고, 대한항공 아시아항공에 이어 제주항공이 18년 만에 3번째 정기항공사 면허를 취득한 것이었다.

그래서 양대 항공사들은 저가항공사란 명칭에 힘을 실었고, 부정기항공사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 한성항공과 엮어서 ‘두 저가항공사’로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즉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정기항공사 3사’ 구도가 아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혹은 대형항공사) vs 제주항공-한성항공 등 ‘두 저가항공사’라는 이분법적 분할여론을 펼쳤다.

타인에 의한 부정적인 저의가 깔린 저가항공사라는 명칭을 타의에 의해 불리게 된 제주항공으로서는 불만이었겠지만 취항 초 운항 안정성에 밀려 이렇다 할 대처조차 못했다.

또한, LCC 항공기는 노후해서 불안하다, LCC 항공기는 작다, LCC는 비용을 아끼려고 정비를 소홀하게 한다, LCC는 비싼 환불수수료를 받는다, LCC는 지연이 잦다, LCC는 안전관련 투자에 소홀하다 등의 각종 LCC에 관한 소문과 오해가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외부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한 저가항공사라는 용어를 바로잡고자 K-LCC라는 명칭을 제안한다.

사우스웨스트효과와 제주항공효과, 세상을 바꾼 K-LCC

LCC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국가는 그 나라 항공소비자의 생활과 문화가 통째로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싸면 그만큼 불편이 따라야 하는데도 이들 LCC는 ‘저가’와 ‘편리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와 경영학계에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혁신 사례를 두고 ‘사우스웨스트 효과(Southwest Effect)’라 일컫는다.

기존항공사들만의 세상에서는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으로 분류되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본격 취항하면서 이 질서(?)가 처음으로 깨졌다. 비행기를 타는 부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그 정의가 바뀌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었다.

K-LCC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가격파괴는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하였다.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른 항공 대중화가 시작되면서 항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가격대는 더욱 다양해지고 항공 스케줄 역시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항공소비자의 선택 폭이 커졌다. 그리고 제주항공효과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2006년 6월 김포~제주 노선으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 이후 국내선 운임인상 억제와 여행객 증가 등 여행대중화 기반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서 나온 말이었다. 처음에 K-LCC들은 “제주도 가는 데 굳이 기존항공사 탈 필요 있나”라는 여론을 만든 데 이어 국제선 취항이후 “일본·중국 가는 데 굳이 기존항공사 탈 필요 있나”, “홍콩 가는 데 굳이 기존항공사 탈 필요 있나” 등등 K-LCC의 대중화를 위한 각종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K-LCC 효과’는 20여 년간 기존항공사 2곳이 점유하고 있던 ‘철옹성’ 같던 국내 항공업계를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킨 중요한 사건이었다. K-LCC 취항 이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합리적인 운임으로 인한 여행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1년에 비행기를 한 번 이상은 다 탔다는 얘기이다. “비행기 태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관용구 ‘비행기(를) 태우다’는 말은 ‘남을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높이 추어올려 주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는 게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7~2019년 사이에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비행기를 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실 항공업계에서는 연간 항공여객수 1억명 돌파는 꿈의 숫자였다. 그런데 그 꿈이 K-LCC 등장과 K-LCC의 인식 전환에 따라 이루어졌다.

전 세계 LCC들의 공통 분모

전 세계 LCC에게서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태동의 이유, 고난의 설립과정, 눈물겨운 극복전략 등이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에어아시아, 제주항공 등에게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신생 LCC에 대한 기존항공사의 가격 대응은 전 세계에서 똑같았으며, 공항을 둘러싼 항공당국과의 갈등도, 신생 LCC에게만 유독 엄격했던 국제선 운항허가 과정의 흑역사와 기존항공사가 신생 LCC 영업 방해로 정부처벌을 받은 것도 똑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에어아시아, 제주항공 등 LCC들의 공통점 또한 같았다.
1. 흔들림 없이 근거리 노선에만 초점을 맞췄다.
2. 창업자의 혁신 리더십: 기존항공사를 따라 하지 않았다.
3. 유머경영: 직원채용 시 유머감각 우수성이 평가항목이었다.
4. 사람 중심, 종업원 중심의 경영이 있었다.
5. 스피드경영: 생각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곧바로 실행했다.

K-LCC의 태동기부터 성장기까지의 역사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9개의 K-LCC가 존재한다. 그리고 한성항공, 제주에어, 에어코리아, 인천타이거항공, 영남에어, 퍼플젯, 서울에어, 대양항공, 부산항공, 부산국제항공, 충청항공, 전북항공, 중부항공, 퍼스트항공, 젯코리아, 인천항공, 코스타항공, 신라항공, 포천항공, 한서우주항공,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 유스카이항공, 프라임항공, 에이스항공,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 호남에어, 강원항공, 플라이양양, K에어, 블루에어, 에어필립, 남부에어, AP에어, 포항에어, 에어포항, 베스트에어라인, 에어대구 등 수많은 이름의 항공사가 존재했거나 이름이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 K-LCC 1세대 기간에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2개사가 취항에 성공했다가 제주항공만 살아남았다. 이후 2000년대 후반기 K-LCC 2세대 기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K-LCC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을 키웠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모회사를 등에 업고 K-LCC 3강 체제를 구축했다. 그 새 영남에어는 취항 직후 도산해서 K-LCC 역사에서 사라졌고, 그 틈바구니를 뚫고 이스타항공이 취항했지만 경영난에서 한 해도 자유롭지 못했다.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진에어, 에어부산과 함께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까지 합류한 이후 K-LCC 5사는 화려한 업적을 쌓아나가며 K-LCC 폭풍성장기를 함께 써나갔다. 이들은 K-LCC업계가 생긴 이래 처음 공동으로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저지시키는 쾌거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K-LCC업계의 화려한 이면에서 대양항공, 코스타항공, 퍼플젯, 신라항공, 포천항공, 젯코리아 등은 면허를 받았지만 취항을 못하거나, 설립자본금을 모으지 못해 추진만 하다가 사업을 접었다. 이 같은 빛과 그림자의 틀에서 2010년대에 접어든 K-LCC 3세대 기간에는 한성항공에서 옷을 바꿔 입은 티웨이항공이 K-LCC 막내자격으로 K-LCC업계에 자리를 굳혔다.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의 제2의 K-LCC이자 제6의 K-LCC 에어서울이 우여곡절을 뚫고 K-LCC업계에 합류했다. 또한 K-LCC 3세대 기간에는 2009년 항공법 개정으로 전국 곳곳에서 에어택시로 불린 소형항공사가 유난히 많이 생겨났다. 가히 K-LCC의 2차 춘추전국시대였다.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 한서우주항공,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에이스항공, 호남에어,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 유스카이항공, 프라임항공 등이 K-LCC로 올라서지 못하고 소형항공사에서 난기류를 만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2010년대 중반기 K-LCC 4세대 기간에는 본격적으로 K-LCC 3차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마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듯 더 많은 항공사가 전국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날아올랐고, 마지막 항공티켓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양양공항에서는 강원항공으로 시작해 플라이양양을 거쳐 플라이강원으로 태어났고, 청주공항에서는 K에어항공으로 출발해 에어로케이항공으로 거듭났고, 인천공항에서는 FSC와 LCC 중간급을 표방한 에어프레미아가 마지막 티켓을 잡아 K-LCC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아졌다. 이들 항공사 외에도 남부에어, 에어필립, 호남에어, 에어포항 등 다수 사업자가 신규 K-LCC 설립을 추진했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 아시아의 에어아시아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출신 등 비전문가들이 만들어냈다. 항공의 ㅎ자도 모르는 사람이 항공사업에 겁도 없이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이에 반해, K-LCC 설립에는 대개 항공전문가가 주춧돌을 놓았다. 이들 항공사 설립 전문가는 자본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지역에 공항은 있는데 항공사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와 접촉하거나 지역 정치권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본가를 끌어들였다. 다 함께 의기투합하여 자본가는 자본을 대고, 지자체에서는 각종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거나 간혹 설립자본금까지 댔다. 지역공항은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따내는 대신 항공사 사무실과 발권카운터 등의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설립을 준비 중인 항공사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면 예외 없이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에어아시아 등은 설립 초기 외부 세력에 저항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내는 동안 투쟁정신이 생겨나 더욱 단단한 회사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 반면에 우리나라 신생항공사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 세력과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느라 의기투합은 없어지고, 힘과 자본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저자소개_양성진〉      

저자는 2006년 12월1일자로 임원(이사)이 되면서 제주항공 홍보실장으로 시작해 2018년 12월31일까지 제주항공 홍보본부장(전무)으로 재직하며 제주항공과 K-LCC업계의 ‘입’ 역할을 했다. K-LCC업계에서 몇 가지 최장(最長) 경력을 가지고 있다. K-LCC업계에는 15년간, K-LCC 임원회의에는 12년 1개월간 참석하며 K-LCC 역사의 태동기와 고난의 시기 그리고 폭풍성장기까지 현장에 있었다. 또 2010년부터 9년간 객실승무원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저자는 2004~2007년 우리나라에서 ‘저가항공사’로 불리던 LCC의 명칭을 Low Cost Carrier를 우리말 그대로 직역해서 ‘저비용항공사’로 바꾼 장본인이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LCC들 스스로가 거부하는 ‘저가항공사’라거나 어색한 우리말 표현인 ‘저비용항공사’ 등 갈등을 부추기는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대한민국 LCC’, 즉 ‘K-LCC’라는 명칭이 가장 알맞고 합리적이라고 제안한다.

〈추천사〉
K-LCC의 역사를 현장의 시각에서 쓴 이 책이 반가운 것은 경영전략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꿈, 의지, 팀워크의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현 위기상황의 해법도 이 스토리에서 찾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이사, 前 제주항공 대표이사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국가위상에 걸맞은 눈부신 성장을 해왔습니다. 그 핵심에 LCC의 역할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LCC의 태동기부터 거대 성장기까지 12년간의 현장경험을 기반으로 LCC의 개념과 이론적 배경을 생생하게 기록하였습니다. 현업에 있는 항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LCC 역사 기록에 대한 의지와 항공업에 대한 사랑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 책은 현재와 미래의 LCC업계 임직원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로 혼용되면서 인지도 없이 출발한 한국 LCC들은 글로벌 LCC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중·단거리 노선에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그간의 역사를 트렌디하게 ‘K-LCC’로 새롭게 정의해 주신 의미 있는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LCC들의 재도약을 응원합니다.
-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

K-LCC 역사가 곧 20년을 맞이합니다. 땀과 눈물 그리고 보람과 함께한 K-LCC 역사 속에서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늘 궁금했는데 등대 같은 책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 김형이 티웨이항공 경영본부장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선도한 K-LCC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찍이 낯선 LCC란 개념을 일반화시킨 저자는 국내 대형 LCC 출신으로 현장에서 쌓았던 경험과 지식을 생생하면서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항공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필독을 강력 추천합니다.
- 정낙민 세중해운(주) 경영관리본부장, 前 이스타항공 경영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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