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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예산 503억원 줄었지만…'담대한 구상'엔 7509억원 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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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도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제안을 고려해 7509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문제 해결과 관련한 예산을 편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비핵화합의 이전이라도 일부 대북 제재 면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비핵화합의 이전이라도 일부 대북 제재 면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총 1조4520억원 규모의 내년도 통일부 예산을 확정했다. 예산은 순수 정부 예산인 일반회계 2187억원, 남북협력기금 1조2334억원으로 꾸려졌다. 이는 올해 1조5023억원보다 503억원(3.35%) 줄어든 규모로 통일부 전체 예산이 줄어든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예산 감축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큰 폭으로 늘었다. 통일부는 대북구호지원과 민생협력지원에 각각 약 1070억원, 6259억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했다. 특히 보건의료, 농축ㆍ산림ㆍ환경 지원, 인권 증진 등을 포괄하는 민생협력지원 분야 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1128억원(22%)이나 늘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비료 등의 대규모 지원, 북한 인프라의 현대화 등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따라 '담대한 구상'의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협력적 인권 증진'을 위한 사업비 14억5000만원을 신규로 편성했는데, 이는 북한 인권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5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한 데 이어 북한인권재단 출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밝힌 만큼 북한이 남측에 손을 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봄부터 북한에 코로나19 확산, 가뭄·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올해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집행률은 지난 7월 말 기준 5.2%에 머물고 있다. 정부다 조건 없는 인도적 대북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북한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예산은 확실성 있게 반영해야 하는 만큼 초기 사업을 중심으로 편성해 담았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한다면 추가적인 재원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일반회계 예산 사업비를 올해보다 114억원 줄어든 1560억원으로 편성했다. 전체 사업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예산은 872억원으로 올해보다 80억원(8.4%) 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탈북민 입국 감소 추세를 반영해 예산 편성 기준인원을 올해 770명에서 내년 550명으로 축소함에 따라 관련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에서 열린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에서 열린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내실있는 지원을 위해 기존 800만원이었던 탈북민 정착기본금을 내년 900만원으로 인상했다. 정부가 정착기본금을 인상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통일부는 이밖에 한반도평화통일 친선대사 위촉, 한반도 평화통일 공공외교 협력단 등의 신규 사업 관련 예산을 편성했지만 문재인 정무 말기에 추진했던 가짜뉴스 모니터링사업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한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통일부가 주최한 '전환기시대 한반도 통일비전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개회사에서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북측이 호응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권 장관은 "북한이 지금의 태도만 바꾼다면, 미국, 중국 등과 협력하여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원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서 건설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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