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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세계적 학회지 6번째 논문…韓 심장명의 한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심장 스텐트 시술의 대가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68·사진)가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국내 최초로 6번째 이름을 올렸다.

2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박승정 교수는 병원 같은 과 박덕우·강도윤 교수팀과 최근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한 환자에 통상 권고돼 온 추적검사를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NEJM에 실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11개 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 1706명을 분석해 시술 1년 후 정기 검사를 한 환자군(849명)과 검진 없이 표준 치료만 진행한 환자군(857명)에서 사망, 심근경색, 불안정형 협심증 등의 발병률에 큰 차이가 없단 사실을 밝혀냈다. 그간 경험에 의존해왔던 시술 후 정기적인 스트레스 기능 검사의 유효성을 최초로 검증한 것으로 향후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만으로도 추적 관찰하고 치료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이라며 “환자에게 강박적으로 하는 과잉 치료를 삼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에 앞서 2003년 약물 스텐트 연구로 NEJM에 논문을 등재한 이후 2008년, 2010년, 2011년, 2015년에도 이 저널에 연구 논문을 실어 이번이 6번째다. 아산병원은 “NEJM에 게재한 중재시술팀의 논문 6편에 박승정 교수가 모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아시아 최초”라며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성과”라고 밝혔다. NEJM의 피인용지수(2021년 기준)는 176.079로, ’네이처‘(69.504)나 ’사이언스‘(63.798) 보다 높고 실제 임상 의사들의 치료 지침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지난 수십년간 교과서에 반영된 대표적인 임상 연구들은 NEJM에 실린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성과에 대해 “시스템의 파워” 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연구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병원의 지원도 있었고 공감을 갖는 많은 후배 등 연구팀이 실질적으로 연구를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많은 의사와 환자가 보편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큰 주제에 관심을 가진 게 도움이 됐다”라며 “크고 넓게 보다 보면 앞으로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스템을 잘 유지해 후배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의 스텐트 시술 장면.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의 스텐트 시술 장면.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 교수는 환자 돌보는 것에도 열심이다. 병원 관계자는 “항상 아침 6시대에 출근하고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회진을 돌며 환자들을 직접 챙긴다”고 말했다. 연구와 진료 탓에 잠잘 시간이 부족하겠다고 묻자 그는 “많이 자고 많이 논다”며 “일과 연구가 다르지 않다. 환자를 보니 페이퍼(논문)를 낼 수 있는 거고, 논문을 통해 다시 환자의 좋은 진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를 치료할 때는 “부모님이 또는 내가 실제 수술을 받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 생각하면 판단이 쉽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197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 아산병원이 문 열 때 합류해 33년째 근무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심장의학의 선구자로 여러 시술에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다. 전임의 시절인 1989년 승모판막 풍선 확장술에 이어 1991년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 시행했다. 1994년 박 교수가 주도한 좌관동맥 주간부 스텐트 시술은 관련 진료지침을 바꾼 획기적 일이었다. 박 교수가 이를 시도할 때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비아냥이 많았고 그를 고소하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환자들의 시술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외과 수술 못지않게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서 좌관동맥 주간부 병변 환자의 3분의 2에서 스텐트 시술이 수술을 대치할 수 있다고 지침이 바뀌었다고 한다. 2010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시작해 1300명 넘는 환자들을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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